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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실체 [1]

2012년 10월 09일(화) 10:09 80호 [강원고성신문]

 

↑↑ 김정균 칼럼위원(경동대 외래교수)

ⓒ 강원고성신문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 ‘경제민주화포럼’을 발족하였고, 새누리당 또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 ‘경제민주화추진단’을 조직했다. 당내에서도 경제민주화의 추진방법을 놓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에 경제 민주화 추진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두고 ‘정체불명’이라고 폄하했다. 성장담론을 내세우는 ‘한국경제학회’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제동을 거는 학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직 경제부처 출신 장관들도 우려를 표명하는 집단행동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재벌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의 반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관심 높지만 의미에 대한 의견 분분

여야 정치권이 앞 다투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니 이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정작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나 미국경제학회의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EconLit), 세계 최대 규모의 초록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 사전인 팔그래이브 경제학 사전(Palgrave Dictionary of Economics)에서도 경제민주화(economic democratization)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니 경제학자들에게 그 의미를 묻는 이들이 많이 있는데, 경제학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 정도라면 경제민주화란 용어는 경제학에서는 학문적 근거가 없는 용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 자신도 최근까지 경제학의 인접학문인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을 공부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사실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1987년 10월 29일 개정된 우리나라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되어 있었다. 비록 오래전부터, 그것도 우리 국체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는 헌법에 버젓이 명시되어 왔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의 모호함 때문인지 경제학자들도, 정치인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개정된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전 헌법 119조 2항이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 3항이 “독과점의 폐단은 적절히 규제·조정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던 것을 통합하여 수정한 것이다

노태우 정권의 6·29선언

그렇다면 이 119조 2항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그것은 노태우 정권의 6·29선언에서 시작된다. 1985년 2·12총선 이후 야당과 재야세력은 간선제로 선출된 제5공화국 대통령 전두환(全斗煥)의 도덕성과 정통성의 결여와 비민주성을 비판하면서 줄기차게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였다. 이에 전두환은 1987년 4월 13일 일체의 개헌논의를 금지하는 호헌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학생 박종철(朴鍾哲)이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국은 대결국면으로 치달았다.
6월 10일 전국 18개 도시에서 호헌철폐를 위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대규모 가두집회가 열리고,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다. 26일 전국 37개 도시에서 사상최대 인원인 100여만 명이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력이 마비되자 정부는 한때 군 투입을 검토하였으나 온건론이 우세하여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며, 6·29선언이 발표되었다.
6·29선언의 내용은 ①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통한 1988년 2월 평화적 정권이양 ② 대통령선거법 개정을 통한 공정한 경쟁 보장 ③ 김대중(金大中)의 사면복권과 시국관련 사범들의 석방 ④ 인간존엄성 존중 및 기본인권 신장 ⑤ 자유 언론의 창달 ⑥ 지방자치 및 교육자치 실시 ⑦ 정당의 건전한 활동 보장 ⑧ 과감한 사회정화조치의 단행 등이다. 그 후 10월 27일 국민 투표로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고, 12월 16일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후보가 36.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이와 같이 현재의 헌법과 119조 2항은 국민의 민주화 요구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위한 국민적 항쟁에 직면하여 위기에 몰린 제5공화국 집권세력이 야당과 합의하여 만든 것이다. <계속>

※이번호부터 김정균 칼럼위원의 칼럼 <경제민주화의 실체>를 3회 연재합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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