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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고기들이 모두 죽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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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21] 강남 가는 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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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2일(화) 11:04 90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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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 창 밖의 은행잎이 노르스름하게 물들어 가고 아침이면 여울이가 자라목을 하고 세수를 하러 마당에 나옵니다. 지지네 가족이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지지는 이곳을 떠나기가 싫었습니다.
언니의 슬픈 죽음만 빼놓고는 이 마을엔 정이 듬뿍 들었습니다. 끝없이 파란 하늘, 황금물결이 춤추는 넓은 벌판, 빨간 고추잠자리, 뒤뜰에서 살고 있는 오리와 닭 친구들. 모두가 정다운 이웃들입니다.
이렇게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져 마을을 떠나기가 싫었지만 추위가 오기전에 가야 한다며 엄마 제비는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하십니다.
“이제 제법 잘 날아다니는구나.”
엄마 날개짓하는 지지를 보고 칭찬해 주셔서 지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뜰 앞의 국화가 노란 얼굴을 내밀던 날, 지지네 가족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울이 아빠 엄마,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짹짹.”
“여울아,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짹짹.”
“잘 가, 내년에 또 오너라.”
마당을 빙빙 돌며 인사를 하자 강남으로 떠나는 것을 알아차린 여울이네 식구들은 지지네 가족들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정들었던 여울이네 식구들, 호박줄기가 무성한 담, 처마 밑의 보금자리, 그 모두에게 손을 흔들고 지지네 식구들은 하늘로 훨훨 날아올랐습니다.
엄마 제비는 둘째가 생각나서인지 한동안 집 주위를 맴돌다가 뒤늦게 날아왔습니다.
“애들아, 멀고 힘든 여행이지만 눈에 띄는 것을 잘 보아두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아빠 제비가 점잖게 말씀하셨습니다.
한참을 날아가던 지지네 가족들은 갑자기 올라오는 지독한 냄새에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어휴, 숨막혀, 콜록콜록.”
앞서서 날아가던 큰언니가 역겨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엄마 제비 옆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언니, 왜 그래? 응?”
“그래, 내가 뭐랬니. 그쪽은 공단지역이라 오염된 공기가 많이 올라오니 엄마 옆으로 바짝 불어서 날아가라고 했잖니? 저기 좀 봐라, 새까만 끈처럼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잖니.”
엄마 제비는 앞에서 잘난 체하고 먼저 날아갔던 큰언니를 타이르신 후 부드러운 날개로 눈 주위를 닦아주었습니다. 언니 제비는 한동안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얼마를 날아갔을까? 지지네 식구들은 어느 강 위를 날아가게 되었습니다. 넘실대는 푸른 강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강물 이랑마다 보석이 박힌 듯 아름다웠습니다.
“와 멋져라. 엄마, 저 강물 좀 보세요. 보석이 반짝이는 것 같아요.”
“그래, 정말 예쁘구나. 하얀 은어 떼가 모여서 춤을 추는 것 같구나.”
반짝이는 강물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팔고 있던 지지는 아빠 제비의 다급한 말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저런, 저 일을 어째. 저 아래 샛강을 좀 내려다보렴.”
“어머나!”
큰 강으로 물이 들어가는 샛강 중간쯤에서 물고기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옆으로 누워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물이 큰 강처럼 푸르고 맑지 않았습니다. 검은 기름띠가 떠다니는 것도 보였습니다.
“어머나, 불쌍해라. 고기들이 모두 죽었나 봐요.”
큰언니 제비가 엄마 제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엄마, 저 고기들도 나쁜 먹이를 먹었나 봐요?”
큰언니가 지지에게 눈짓을 하자 지지는 얼른 입을 다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더러운 물을 함부로 버려서 그렇단다. 강을 저렇게 병들게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된다는 걸 왜 모를까…….”
지지는 죽은 고기 떼를 보니 둘째언니가 생각났습니다. 엄마 제비도 마음이 편치 않은 듯 날개를 더 빨리 저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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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동화작가) | ⓒ 강원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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