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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이야기 / ‘예그리나’ 마을에 찾아온 봄

2013년 04월 18일(목) 09:01 96호 [강원고성신문]

 

↑↑ 강성희 시민기자(주부)

ⓒ 강원고성신문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에 위치한 귀촌인들의 마을인 ‘예그리나’에도 봄이 왔습니다. ‘예그리나’는 순우리말로 ‘서로 사랑하는 우리 사이’라는 뜻입니다. 마을 입구에서 세 번째에 위치한 ‘만소당’집의 큰 딸아이가 제안해 정한 이름입니다.
예그리나 마을은 입구부터 △멀리 있는 집(인디언식 이름) △현이네(자녀들의 이름이 현자 돌림) △만소당(웃음이 가득한 집) △단풍나무집(집 앞에 단풍나무가 두 그루 있고, 가족이 캐나다에서 생활했음) △선생님댁 이렇게 다섯 가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 봄을 맞아 ‘멀리 있는 집’ 안주인이 과꽃을 마을 입구에 심겠다고 합니다. 과꽃의 꽃말이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깊습니다’라고 하네요. 시골에서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어쩌면 단지 서로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더 깊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고교 2년이 돼

필자의 경우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으니 올해로 이곳 고성에 정착한 지도 6년째가 됩니다. 지난 3월은 예그리나 마을이 준공된 지 2년째가 되어 두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가족들이 직접 집을 짓다보니 고성에 정착한 지 3~4년이 지난 뒤에 완성을 하게 된 것이죠.
올해는 우리 마을 뒷산 너머 동네에도 지인들이 집을 지어 두 가족이 새로 고성 식구가 되었으니 참 반가운 일입니다. 고성에 유명한 봄바람이 부는 요즘엔 마을을 만드는데 도움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달리 감사를 표할 길이 없으니 “고성이 참 살기 좋아요”라며 우리 고장 자랑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마을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시골 학교에서 생기는 자잘하고 유쾌한 행사들에 함께 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엄마들도 각자의 일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멀리 있는 집’은 어느 날 아이들이 버리는 물감이 아깝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제 3년 째 접어들면서 본인의 다락방을 제법 갤러리답게 채워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다니러 왔다가 그림을 선물로 얻어가는 손님들이 그림으로 인해 힐링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자연 속에서, 꾸미지 않고 표현되는 힘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이네’는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도학초등학교에서 보육 선생님으로 일한 지 4년이 됩니다. 서울에서 “학교 숙제 했니?, 학원 숙제 했니?”가 아이와 나누는 대화의 전부인 걸 깨닫고 시골에 온 현이네는 1,2학년 꼬맹이들과 바느질하고, 자연 생태 수업 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삽니다.

마을 지켜왔던 분들에게 늘 감사

‘만소당’ 안주인은 사진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송지호와 화진포 등 ‘석호’가 많은 고성의 지리적 특성상 날아오는 새들을 사진에 담는데, 새 탐조를 다닐 때면 가장 매력적으로 변신을 하곤 합니다.
‘단풍나무 집’의 안사람인 필자는 2년 반에 걸쳐 집을 짓고 난 폐자재로 가구 만드는 재미에 빠져있습니다. 나무마다 강도와 성질이 다르고, 나무결마다 다루는 방법도 다른 것을 보면서, 사람도 그러하려니 새삼 배우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어떠함을 그렇게 잘 살필 수 있으려면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오래 보아야 하고, 자세히 보아야 하는 것이 맞나 봅니다.
귀촌을 하는 사람들이 늘 귀농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처럼 시골에서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할 일을 찾고 행복을 찾는다면 그것으로 귀촌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느낍니다.
우리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이 삶속에서 어른들이 어떻게 더불어 사는 가를 보고 배운다면, 또 그들도 이곳에서의 삶을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젊을 때 귀촌을 선택한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고 봅니다. 이곳에 둥지를 틀 수 있게 마을 지켜왔던 분들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고성이 참 좋습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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