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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이야기 / 십자수 사러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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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07일(화) 09:01 97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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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지연 칼럼위원(주부) | ⓒ 강원고성신문 | 계절을 잊은 봄바람이 시리도록 얼굴을 때리는 오후. 포근한 옷차림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장에 나온 사람들의 모습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얼어붙은 표정들이 가득하다. 그래도 태양만큼은 봄을 잊지 않았는지 따스한 햇살을 널리 비춰주고 있다. 그것이 고마워 나는 요리조리 햇빛을 찾아다니며 평소보다 한적한 장날을 누비고 다닌다.
오늘 저녁은 우리 가족에게 어떤 밥상을 차려줄까? 추우니까 따뜻한 미역국하고... 어디보자 간만에 비엔나소시지도 해먹여야겠다.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콩나물과 시금치, 아! 콩도 조금 사가서 볶아먹여야겠다. 휴, 신랑이 콩을 싫어하니까 또 반찬투정을 하겠지? 어쩔 수 없지. 두부라도 좀 사가서 함께 먹여야겠다.
태양만큼은 봄을 잊지 않았는지
추운 날씨에도 언제나 정겨운 장날의 풍경. 시간가는 줄 모르고 부지런히 움직이다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아! 마지막으로 십자수 가게에 들려볼까? 저번에 우리 동네 어떤 차 유리창에 십자수로 예쁘고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하게 휴대폰 번호표를 만들어 붙여둔 것을 보았다. 나도 왠지 그런 걸 만들어 보고픈 생각과 그와 같은 예쁜 십자수들을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자수 가게에 들려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자수 가게에서는 그런 내 바람과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게 앞에 웬 경찰들이 서 있었고 그 옆으로 남녀 한 쌍과 여자 두 명이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고 있었다. 가게 바로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살짝 몸을 움츠린 나는 그들을 피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죄지은 것은 없는 나지만 사람은 알게 모르게 마이너스 기운이 넘치는 곳은 조심히 피해가게 되는 것 같다.
여성에게 어떠한 사정이 있는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기보다 사람 한 명 없는 공허한 풍경이 먼저 내 눈을 채워버렸다. 그 순간 밖에서 한 명의 여성이 가게로 들어와 내게 인사를 건네며 성난 자신을 조금씩 추스르고 있었다. 난 무슨 일인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글쎄, 3일 전의 일이에요. 저기 밖에 남자 분 옆에 계신 여자 분은 저희 가게 단골이신데, 저 분이 저희 가게 옆에서 서성거리고 계셨어요. 저는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어깨를 살짝 치며 반갑다고 말씀드렸지요. 그 분도 반갑게 맞아주셨는데요... 3일 후인 오늘 갑자기 저기 남자 분과 오셔서 치료비를 달라고 난리시네요. 허리를 강하게 맞았다고 하시면서 진단서까지 끊어오셨는데, 속상해 죽겠어요. 누가 주먹으로 강하게 때리면서 아는 척 했답니까?”
즐거운 장날이지만 사람을 설레게 하는 봄 햇살과 사람을 얼어붙게 하는 봄바람 때문인지 사람들의 마음도 싱숭생숭한가보다. 십자수 구경을 대충한 나는 복잡한 가게 주인들을 위해 빨리 자리를 비켜주었다. 자세한 사정도 묻지 않고 말이다. 절대적으로 누가 잘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오해가 있는지, 저 아픈 여성에게 어떠한 사정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참 묘한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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