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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국 칼럼 / 중국, 어떻게 볼 것인가

2013년 07월 02일(화) 08:23 101호 [강원고성신문]

 

↑↑ 이선국 칼럼위원(시인, 고성군 경제도시과장)

ⓒ 강원고성신문

얼마 전 중국의 명산 황산(黃山)과 삼청산(三淸山) 등반을 다녀왔다.
산을 좋아해서 가까운 산을 무작정 쫓아다니다가 몇 해 전부터 욕심을 내 해외원정 산행을 시작했다. 겉멋이 들었다는 주변의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그동안 백두산, 일본의 최고봉 후지산과 다이센을 다녀왔고 최근 황산과 삼청산을 다녀온 것이다. 비록 나흘 내내 흐리고 산중의 짙은 안개와 간간이 내리는 비로 인해 아름다운 산경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수묵 산수화처럼 우람하고 아름다운 황산과 도가(道家)의 기(氣)가 흐르는 삼청산의 산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황산시내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2시간 이상 고속도로를 달려 산을 오르고 다시 숙소에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이틀 동안 무려 40여키로의 잔도(棧道)와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산행을 강행했다. 기대했던 해외원정이라는 욕심 때문에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무리한 산행을 했다. 특히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을 연결하는 잔도와 계단은 헬기 또는 장비로 시설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일이 시멘트와 모래를 지어 나르고 한 계단씩 수년에 걸쳐 설치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만리장성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지독한 근성과 노력에 놀랐다.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세계의 용

중국의 농촌 역시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가로등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촌락이지만 잘 정돈된 시가지와 화려한 도심야경을 보는 순간 도농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된 옛 송나라의 수도 항저우의 풍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만만디가 아니라 다른 어느 개발도상국 못지않게 활발한 도심개발과 기간산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간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보다 소득이 낮아 못살고 지저분하고, 공직부패와 싸구려 짝퉁이 판을 치는 오명의 중국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천천히 질주를 시작하는 중국,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세계의 용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를 능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할 만큼 무섭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었다. 중국을 다녀오면서 매순간 마다 정말 놀라고,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선 황하와 양쯔강 지역의 한족문화를 중국 역사와 문화의 원류로 보았다. 기원전 3000여년전 황화문명을 중심으로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한나라, 위진남북조시대, 수나라, 당나라,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 무수한 나라가 흥하고 멸하면서 현재의 유서 깊은 중국의 역사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역사를 들여다보면 중국을 지배한 것은 대부분 북방 민족이었다. 흉노족, 거란족 몽골족, 선비족, 여진족 등 북방 유목민족은 일찍이 스키타이문화를 받아들여 철제무기와 활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해 말을 타고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하고 그 땅을 지배했던 것이다. 비록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북방민족이지만 때론 유럽까지 진출하였고 유럽 훈족의 뿌리였다는 설도 지나친 말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공격적인 북방민족은 한족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그래서 화친정책을 추구했다. 그 대표적인 사적지가 왕소군묘다. 전한(前漢) 원제의 궁녀였던 절세미녀 왕소군이 흉노의 왕에게 시집가서 비운의 삶을 살다간 이야기는 화친정책이 빗은 비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에서 황제 칭호를 처음 사용한 진시황제 역시 북방민족의 후예라는 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시황제는 북방민족의 침략이 두려운 나머지 급기야 북방 오랑캐를 막기 위한 만리장성을 쌓기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중국은 58개 이상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국 곳곳에 북방민족의 후손들이 엄연히 그 역사의 중심에 실존하고 있다. 황산이 소재한 중국의 중원 안휘성에도 흉노족 휴도왕 김일제의 89대후손이 김가장촌을 형성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북방민족은 늘 야만적인 오랑캐로 중국 역사의 변방에 있었다.

중국의 동북공정 공동 대응해야

중국은 근대화에 접어들면서 통일중국의 역사 재조명에 나섰다. 중국 영토의 소수민족을 자신들의 역사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작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학계를 포함해 모든 기관과 학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린성과 랴오니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삼성이 조직적으로 지원하면서 북방 오랑캐를 자국의 역사와 문화로 편입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학술연구가 바로 동북공정인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민족통일론에 입각하여 요녕성 부근의 고대문화인 요하문명 명명이 그 일례라고 할 수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미 우리나라의 고대사 왜곡도 자행되고 있다.

↑↑ 황산 자광각 입구에서 필자. 나흘 내내 흐리고 산중의 짙은 안개와 간간이 내리는 비로 인해 아름다운 산경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수묵 산수화처럼 우람하고 아름다운 황산과 도가(道家)의 기(氣)가 흐르는 삼청산의 산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 강원고성신문

황산시에서 휘주가무(徽州歌舞)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휘주가무은 명산 황산의 사계를 배경으로 중국 특유의 가무를 곁들여 화려하게 펼쳐지는 전통가극이다. 중국어 해설에 빨간 한글 자막은 가극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 시간 가량의 공연은 안휘성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들이 지향하는 새로운 비전을 담았다. 가극의 마지막 장은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어린 자식을 야멸치게 멀리 장사꾼으로 보내서 훗날 대상(大商)이 되어 금의환향하는 줄거리. 그것은 현재 중국이 지향하는 경제부흥과 경제대국의 비전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돌아오기 전날 황산시내에 있는 청대 옛 거리를 방문했다. 마지막 제국 청나라 때 시장을 재현한 곳으로 마치 우리나라 서울 인사동 골목을 연상케 하는 전통시장이다. 화려한 야간 조명과 함께 잘 정돈된 상가와 고풍스런 건물들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혐오스럽기만 하던 북방 여진족의 문화가 아니라 그 당시 청나라의 문화를 현대의 관광 콘텐츠로 잘 활용하고 있는 현장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작은 도심의 시장이었지만 참으로 장사꾼다운 발상이었다.
짧은 시간 중국을 돌아보면서 답답하고 심란한 것은 어쩜 당연했다. 우리는 어떤가? 경색된 남북관계가 하루빨리 개선되어 지금부터라도 중국의 동북공정에도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중국을 눈여겨보면서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를 찾고 고민하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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