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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지도자의 소명의식

2016년 05월 31일(화) 12:30 171호 [강원고성신문]

 

우리지역은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접경지역이어서 서울 등 수도권과 거리가 먼데다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묶인 곳이 많아 지역발전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작전상 필요하다’는 이유가 있으면, 군부대와 관련된 민원은 군수나 국회의원이 나서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주민들은 그저 참고 견디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름다운 해변과 2개의 항구 ‘애기미’라는 옛 마을이름처럼 두 개의 마을이 공존하며 평화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토성면 아야진 마을의 경우 군부대가 사실상 불법으로 점유한 소초로 인해 주민들이 40여년간 큰 불편을 겪어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야진과 같은 불편을 겪는 마을이 우리지역에 상당히 많을 것이며, 그것이 최북단 전방지역에 위치한 우리군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19일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현장 조정회의가 열려 40년 동안 마을 중심지를 점령하고 있는 군부대 소초를 2018년까지 외곽으로 이전하기로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우리지역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현장조정으로 수십년 묵은 민원이 해결된 것은 지난 2011년 32년만에 이전이 합의된 대대리 포사격장 에 이어 두 번째로 기억된다.
대대리와 아야진의 경우를 살펴보면, 모두 애향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온 마을 지도자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대리의 경우 당시 최영섭 2리 이장이 서명을 받기 위해 체육대회 등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동분서주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할 정도다.
이번에 소초 외곽 이전을 성사시킨 아야진의 경우는 3명의 공동대표들이 힘을 모았는데, 특히 고태성 아야진 번영회장의 노력이 컸다. 그는 소초 외곽 이전이 합의된 직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를 믿고 지지해준 김창언·김승래 공동대표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런 겸손한 표현이 결코 그가 한 큰 일을 희석시키지는 못한다.
고 번영회장은 소초 이전을 위해 주민 서명을 받느라 동분서주하고, 기회만 있으면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론화 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불합리하고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갈등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 고향을 사랑하는 애향심과 함께 남다른 ‘소명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소초가 이전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이익이 생기지는 않지만, 마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순수한 믿음이 소명의식과 맞물리며 강한 추진력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마을 지도자가 많다면 우리군은 가까운 미래에 크게 성장할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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