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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내 아버지, 그 남자 <24>

한류작가 김하인 장편소설 / 삽화 정재남

2016년 06월 14일(화) 11:05 172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가장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남자의 삶을 살며, 이 두 가지가 매일매일 충돌하는 상황을 현장에서 숱하게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독불장군 없고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는 대다수 가장들은 이 두 가지가 일상에서 매일 충돌하여 적절히 타협하고 만나는 지점에 형성되는 소심의 영역에서 소시민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한 인간의 인격과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게 너무 첨예하게 대립하여 엄청난 갈등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삶을 사는 주체인 자아가 자신을 싫어하고 부정하게 되는 주요원인이 된다.
곰곰이 따져보라. 그렇지 않은가.
상기한 두 핵심 본능 사이에서 모순이 일어나고…… 타협이 안 되니…… 내가 행동을 할 수 있는 영역이 거의 없어져서…… 가장인 남자들은 이도저도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그냥마냥…… 망설이는 상태로 현실에 끌려 마음과 정신이 포박된 형태로 사는 상태가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게 삶을 사는 대다수 가장들의 비애가 되고 인간성이 상실돼 자신과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없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억울하지 않는가. 머잖아 자신이 죽는 마당인 그로서는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이 이 말 한마디만은 꼭 사회 상층부에다가 하고 싶다.
위정자들이여…… 당신들이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이 사회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것을 위해서라도…… 가장이 된다는 게, 가장으로 산다는 게 인간적으로 비천하고 치사하고 구차스럽지 않도록 즉시 사회시스템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다른 나라도 별반 차이가 없지 않느냐고 얘기하지 말라. 인류 역사가 누대로 그러했다고, 가난과 기층민의 설움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는 말로 논점을 물타기하지 말라.
다수는 못 되지만, 흔히 말하는 잘사는 나라 위정자들은 완전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보다 사람 살만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말이지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볼모로 옴짝 달싹 못하게 만드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사회구조와 당신들만을 위한 악법과 제도부터 하루 빨리 뜯어고쳐야 한다.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민들은 더 이상 무지렁이들이 아니다. 이대로 그냥 종족번식본능을 너무 과신하고…… 악용하려는 잔꾀나 계속 쓰고…… 온갖 세뇌질로 그때그때만을 구렁이 담 타넘듯 넘기려 하다가는…… 두고 봐라. 삼십 년 후에 아주 웃기는 꼴을, 무서운 꼴을, 당신들은 살아 목격하게 될 거다.
그는 이 땅에선 못 지켜보겠지만 하늘에서라도 꼭 내려다볼 것이다. 그땐 늙은이들끼리만 모여…… 뭣들 하고 사는지를. 삼십 년 후에 말이다.
매번 삶으로부터 협박만 당하던 평범한 국민이…… 올해를 과연 넘길 수 있을까 싶게 죽을 날을 위태하게 받아둔 그가 이 사회 피라미드 최상층을 향해 지금 이렇게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분명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돼먹지 않은 협박이냐, 가당찮은 공갈을 치고 있냐며 당신들이 기도 안 찬다 할런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젊은 세대들이 당신들의 무성의와 탐욕과 아집과 교만에 대해 이미 확연하게 눈치를 채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내걸고 구체적인 저항과 반항을 시작했다는 거다. 통계청에서도 발표했고 신문기사로도 이미 났듯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로 바뀌어버렸다. 앞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출산율이 영점대 진입 직전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와 국가의 미래……. 그거야말로 퇴행 정도가 아니라 한 나라의 점진적 자살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통계 수치가 웅변해 주고 있지 않은가.
요즘 세상에 무서워서 애를 어떻게 키워? 내가 무슨 능력으로 애까지 낳아기르냐 나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데? 애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이 되기 전까진 절대 애 낳을 생각이 없어. 미쳤냐? 없는 애비 만나 사는 내내 자식 죽도로 고생만 시키게? 아이? 말도 꺼내지 마라.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자식놈에게 그대로 대물림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이가 북북 갈린다.
이게 요즘 젊은이들의 자식에 대한 사고방식이라면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그가 당신들에게 지금 언성을 높이고 있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사실이고 현실이다.
위정자이고 피라미드의 상층부인 당신들이 저잣거리까지 내려와서 거리에 걸어다니는 젊은이들 붙들고 그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한번 물어보라. 그의 말이야 곧 죽을 놈이니까 당신들이 귓등으로도 들을 리 만무하겠지만.
문제는 머잖아 이 국가를 짊어지고 나갈, 이 땅의 세대교체 당사자들인 수많은 젊은이들이 느끼는 우리나라에서의 삶에 대한 의식과 위험한 인식이 문제다.
그들 세대가 온몸으로 내놓은 통계 수치는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이 사회의 상층부와 집권 세력인 당신들을 향해 자신의 삶 전체를 내걸고 하는 선전포고이다.
그러니 더불어 사는 경각심을 가지고 정책을 보완하고 사람이 살만한 새로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 아이를 즐겁게 낳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가장의 어깨를 짓누르는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 당신들이 맡아 기르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온 비열한 이 사회시스템을 이제라도 즉각 허물라. 몸은 비록 힘들더라도 아이를 기르는 것이 온전한 삶의 즐거움과 행복이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 이것이 머잖아 죽어갈 한 사람의 국민이자 가장으로서의 소원이다.
얘기를 하다 보니 주제에 맞지 않게 목소리가 커져 버렸다. 언짢고 불쾌하신 높으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곧 죽을 놈이 말한 거니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라. 죽음을 방패삼아 세상 권력자들에게 삿대질한 것이니 분해하지 마시고 측은지심으로 귀담아 들어주시라. 참새도 죽을 땐 짹! 하고 죽는데 남자가 불알 달고 태어나서 그냥 죽기에는 너무나 억울해서가 아니겠는가.
그는 나이 오십도 되기 전에 간암 말기 선고를 받은 것 빼고는 특별난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는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여태껏 겁쟁이로만 열심히 살았다. 그는 삶의 마지막 부분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일인시위를 해낼 만한 애국자가 못된다. 그런 배짱도 시간도 없고 사실 지식도 택 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평범한 일개 국민으로서 그의 바람과 기원은 분명하다.
그는 우리나라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우리나라는 자손만대 그윽하고 아름답길 바란다. 세계 속에서 모든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훌륭한 국가이어야만 한다. 왜냐? 그 자신은 머잖아 죽겠지만 그의 아이들이 평생 살아야 할 땅이다. 또 그 아이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서 영원히 살아가야할 나라이기 때문이다.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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