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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내 아버지, 그 남자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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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작가 김하인 장편소설 / 삽화 정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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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05일(화) 10:02 202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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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 누구나 책상 앞에 앉아 공부는 다 해요.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로 나와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을 갖는다는 목표는 누구나 똑 같죠. 하지만 그 길이 똑같긴 하지만…… 그 길을 혼자서 뛰어가는 애가 있고 어떤 애는 자전거를 타고…… 어떤 애는 자동차를 타고…… 어떤 애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는 거예요. 제 처지는 어디에 해당할까요?
저는요, 삐걱거리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거죠. 제가 받는 한 달에 십오만 원 하는 영어학원비랑 똑같은 것을 가지고 한 달에 이백만 원을 내고 고액과외를 받는 애가 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두 아이는 모두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건 기본이니까…… 그런 조건이 삼 년, 아니 육 년, 아니 십이 년, 십오 년 넘게 지속됐다고 생각해 보세요.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요. 아무리 따라붙으려고 해도 따라붙기는커녕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게 현실이에요.
그렇게 말하고는 넌 네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소리나게 쳐닫았다. 난 그때 네 녀석이 버릇없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네 엄마가 막아서는 것을 핑계 삼아 네 방문을 다시 열어젖히질 못했다. 하지만 그때 그 일이 내 맘에 너무나 오래도록 아프게 남았다.
네가 나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제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마세요. 제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말란 말이에요. 저의 모든 것은 아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저도 나름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다하고 있지만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애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나고…… 그래서 절망하고 있어요. 난 왜 진작 출발하지 않았을까? 난 왜 공부라는 것이 이토록 치열한 경쟁이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애들이 인생에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토록 뒤늦게 깨달았을까? 왜 내게 이런 사실을 아무도 일찍 알려주지 않았지? 단지 공부해라, 공부 안 하면 고생한다 따위의 얘기가 아니라 아주 어릴 때부터 공부에 올인시키는 환경이 제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게 너무 억울해요. 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상 그 결과는 철저히 아빠 몫이에요. 그게 아빠 인생이 아니고 내 인생을 사는 거라고 해도 결국 저는 어른이 되면 아빠 인생을 살아가는 거겠죠.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아빠 아들인 제가 아빠처럼의 인생 정도나 고작 살아가겠죠.
네 엄마는 그런 투로 내뱉은 네 얘길 듣고 몇날며칠을 밤마다 울었단다. 우리 능력이 안 되고 없어서 아이들에게 결국은 힘든 인생을 넘겨준 게 아니냐며 처음으로 네 엄마는 나에 대해, 본인 삶에 대해 원망의 눈빛을 너 대신 띄우더구나. 그런 네 엄마 얘길 듣고 나는 또 천 갈래 만 갈래 가슴이 찢어졌다. 그렇다면 능력이 부족하거나 모자라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결국 죄가 된다고 너는 말하고 싶은 게냐? 너를 야단치고 너를 흠씬 패주고 싶은 생각을 참아내느라 나는 몇날며칠을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우기도 했었다.
네가 없는 살림에서 공부를 잘해 외고를 들어간 것에 대해 엄마와 나는 무한한 자랑이었다. 네게 고맙고 또 고마웠었다. 하지만 수재들 틈바구니에서 네가 이리저리 치여서 고통 받는 것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어떻게 공부를 이유로 해서 엄마아빠를 비난하고 원망의 감정까지 드러낼 수 있는지…… 엄마와 아빠 삶을 경제의 잣대로만 들이대고 무시할 수 있는지…… 아빠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그렇담 아빠가 너한테 사교육비를 충분히 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해야 하나? 빌어야 하겠니?
도대체…… 너를 어떻게 타일러야 할지, 고슴도치처럼 늘 신경이 팽팽히 곤두서있는 너를 볼 때마다 대책이 안 서더구나. 엄마나 나나 나름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그 결핍과 부족을 허물 삼아 능력이 부족한 부모를 원망하는 듯한 너라는 녀석에 대해…… 참기 힘들 만큼 화가 나면서도…… 내가 자식 잘못 길러서 그렇다고 자승자박하며 그저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그럴 거라는 것을 내가 왜 모르겠니. 너 자신에 대해 화가 나서 하는 말이겠구나 싶으면서도 아빠로서 그저 눈에 눈물이 고일 수밖에 없었다. 담배를 피워물어도 화가 삭질 않더구나.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점차 밀려나는 게 괴롭고도 분해 제 부모를 원망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이 사회 풍토…….
하지만 아들아, 이제서라도 말하겠다. 나는 결코 그 같은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다. 나 역시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남느라 동분서주한 삶이라 할지라도……. 그 모든 게 돈의 위계질서에 의해 없거나 남보다 못 가진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비난을 받고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건 삶이 아니라 지옥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빠로서 살아온 내 삶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면 말이다. 집안이 빵빵하지 않거나 특별한 능력이 없는 남자라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어디 언감생심 가당키나 한 일이냐. 결국 그 아이들의 불행한 삶을 양육한다는 의미밖엔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태어날 때 그 아이의 삶과 미래는 부모의 지위와 가진 재산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의 지위와 가진 재산이 곧 그 아이의 운명이다. 재벌가의 아이는 자라 재벌이 되고 서민층의 아이는 자라 서민이 되고 노동자가 된다.
그래…… 너도 알고 있으니 눈에 보이는 현실은 그게 맞다. 사실이다. 하지만 수범아, 네가 아빠인 나에게 그렇게 항변한다면 그것은 돈의 논리이고 자본의 논리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삶의 모든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 믿는 자들이 세운 논리이고 가치다. 왜냐?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이 삶의 모든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 돈으로 인간의 층을 나누고 돈으로 인간의 줄을 세우는 사람들……. 돈이 삶의 목적이고 돈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배금주의 사상은 자본주의의 맹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급속도로 썩게 만드는 주요원인이다.
언젠가 나는 너희 자라는 십대들의 의식구조를 조사한 리서치를 본 적이 있다. 공부를 하는 이유가,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을 구하려는 주된 목적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그 설문란에 너무나 황당하게도 이런 질문도 있더구나. 만약 청소년인 당신이 범죄를 저질러 십 억을 가질 수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겠는가? 형을 삼 년 살고 범죄자 낙인으로 평생을 산다고 해도 십 억을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는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질문. 그런데 놀랍게도 사십칠 퍼센트의 십대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즉 두 명 중 한 명이 사기를 치든 도둑질을 하든 십 억을 불로소득으로 가질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괜찮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내용의 통계를 보고난 뒤 난 너희 세대들의 삐뚤어진 의식에 두려움까지 느꼈다.
기성세대로부터 흘러내린 오염된 의식이고 사고일 것이다. 하지만 풍요롭게 자란 너희 세대들이 어른들보다 더 황금만능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 돈으로 너희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싶어 할까? 좋은 차, 멋진 집, 예쁘고 잘 생긴 애인, 유럽여행, 양주, 명품가방, 명품옷, 명품구두…… 시계, 보석, 고급요리, 요트를 비롯한 고급레저……? 한마디로 삐까뻔쩍하게 살려고 하는 거 아니냐. 영화에 나오듯이 폼 나게, 드라마에 나오듯이 호사스럽게 돈을 뿌리듯 쓰고 누리고 향유하고 싶어서 말이다. 특급연예인처럼 재벌가 자식처럼 단 하루를 살더라도 세상에서 그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것들을 아낌없이 소비하는 삶을 열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세상이 보여주는 게, 그딴 걸로만 유혹을 해대니…… 공기 속에 퍼뜨려 세뇌를 시키니 그렇게만 살고 싶어 한다는 것도 이해는 간다. 물론 나도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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