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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단상

금강칼럼 / 이선국 칼럼위원(수필가)

2017년 09월 29일(금) 09:08 204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완연한 가을빛, 파란 가을하늘이 높아가고 있다. 길섶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따사로운 햇볕아래 황금빛 들판이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한낮, 조붓한 둑길 따라 바람에 흩날리는 햇살 눈부신 억새꽃 넘어 가을이 오고간다. 성급한 단풍나무는 벌써 붉은 잎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추석 명절이 코앞이다. 며칠 후면 역대 가장 긴 열흘 간 추석연휴가 시작된다고 야단이다. 고된 일상을 뒤로하고 가족들과 서로 만나 애틋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귀성객과 귀성차량 행렬로 민족의 대이동 물결이 이어지겠지? 조용하던 시골동네, 적막강산이던 시골집이 떠들썩하겠지? 헤어졌던 가족과 친지, 동창들과 수다스런 만남이 더 설레는 기분 좋은 명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역대 가장 긴 열흘 간 추석연휴

본래 추석은 정월대보름, 6월 유두, 7월 백중과 함께 보름명절이다. 그 가운데서도 정월대보름과 추석이 가장 큰 명절이다. 대보름은 새해 처음 맞는 명절이기 때문에 크게 느껴지는 반면 추석은 수확기가 시작되는 시기의 보름명절이어서 더 큰 명절처럼 느껴진다. 추석을 다른 말로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추석은 고대 농경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신라시대에는 이미 일반화된 명절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추석 무렵을 중추(中秋) 또는 월석(月夕)이라 하는데, 『예기(禮記)』에 나오는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추석은 한 해 동안 농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준 하늘에 감사하는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이며 농사의 결실을 보는 날이다. 천신에게 감사하고 결실을 축하하는 축제의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넉넉하고 풍요롭다. 아울러 한해 농사의 마무리를 하는 시기로서, 또 이듬해의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시기로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추석엔 개인 혹은 집안끼리 선산을 벌초하고 성묘하는 풍습이 아직까지 잘 이어져 오고 있다. 가족끼리 둘러 앉아 송편을 빚고 차례 음식도 함께 만들며 그간 못 다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추석날 아침엔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아름다운 풍습이 지금까지 잘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것이 전통문화이며 역사다.
사람들이 모이는 명절엔 자연스럽게 놀이문화도 다양하게 변천해 왔다. 정월 대보름의 경우 윷놀이, 널뛰기, 그네타기, 썰매타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등 다양한 세시풍속이 비교적 많다. 추석의 경우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강강술래, 줄다리기, 지신밟기, 가마싸움, 동채싸움, 탈놀이, 월월이청청, 놋다리밟기, 소놀이, 거북놀이, 구름보기, 달맞이, 반보기 등 여러 가지 세시풍습이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전 우리 고장엔 달맞이를 비롯해 농악놀이로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농악도 즐겼다. 요즘은 사라진 농악놀이 대신 학구단위 또는 지역단위 체육대회를 통해 명절을 함께 즐기며 지역공동체의 유대 강화와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오가며 만나는 명절 이맘때가 되면 무엇보다도 헤어진 가족들 소식이 궁금하다. 금방이라도 찾아갈 수 있고 찾아 볼 수 있는 경우엔 덜하지만 갈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경우 그들의 안부가 더 절실하다. ‘어찌하든 잘 살고 계시겠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지만 여전히 소식이 궁금하다.

북에 있는 형님·누님 소식 궁금

십여 년 전 어렵사리 이산가족 상봉으로 잠깐, 아주 잠시 만났던 형님과 누님들의 소식이 궁금하다. 지금도 여전히 헐벗은 북녘 땅 어느 하늘아래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살고 계실지? 혹시 잘못되지는 않으셨는지? 솔직히 나쁜 생각도 지울 수 없다. 기별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건강하게 잘 살아 계시면 좋을 텐데’라고 마음의 편지를 보내지만 목이 긴 사슴을 닮은 형님과 누님의 눈망울이 왠지 자꾸 눈에 밟힌다.
올 추석엔 북녘 가족들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글렀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무력 도발과 시위로 유엔의 북한제재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미관계는 더 악화 일로로 치닫고 남북관계는 날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더욱이 닫힌 지 10년째를 맞는 금강산육로관광의 철문은 도무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북미간의 말 전쟁은 점입가경, 일촉즉발의 실전 상황으로 몰아가고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상황은 세계 최악의 화약고로 만들어 가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 날마다 전해지는 북미간의 으름장은 이제 도를 넘고 그 틈바구니에서 안절부절 하는 우리 모양새도 더욱 안타깝다.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군사적 긴장감과 전쟁 위협이 높아질수록 우리는 좀 더 많은 돈을 들여 무기를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되고 군사작전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아 질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으로 미·중·소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들의 끝없는 싸움에 망연자실, 눈치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현재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언제쯤 안정과 평화가 찾아올까? 결코 전쟁의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우리 민족의 비극이 재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예나 변함없이 둥근 보름달이 뜨는 한가위지만 사람과 사람들이 만나는 올 추석이 더 무겁고 착잡하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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