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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내 아버지, 그 남자 <39>

한류작가 김하인 장편소설 / 삽화 정재남

2017년 11월 08일(수) 08:44 206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수범아…… 이젠 네 키가 아빠보다 훨씬 더 크지? 옛날 같으면 너도 어엿한 사내대장부로서 자랄 만큼 자랐다. 비록 앞으로 네가 해내야할 학업과 공부는 많이 남았다만 나는 책상 앞에 앉은 널찍한 네 등을 지켜볼 때마다 그저 흐뭇하고 가슴이 벅찼었다. 우리 집에서 날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잖느냐. 너는 내 몫을 받쳐내고도 남을 기둥이자 내 하나뿐인 아들이 아니더냐. 비록…… 이 아빠가 곁에 없을지라도…… 네가 네 일을 잘해내면서 훗날 어머니와 할머니, 네 동생 승윤이를 잘 돌봐주기를 부탁한다.
무릇 남자란 세상이라는 전장에서 가족을 지켜내는 장수이다. 지금껏 아빠는 부족하지만 나름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고 애써왔다. 수범아…… 지금은 아빠가 하는 말과 처신이 이해 안 가고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나는 굳이 네게 아빠 속을 다 드러내보이지 않으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간절히 바란다.
아빠로서……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아빠가 짊어졌던 무거운 짐의 일부일지언정 네 어깨에 올려놓아야만 하는 내 심정은 피눈물이 흐르는구나.
아빠가 없어도 결코 흐트러진 모습 보이지 마라. 우리 집에 한 사람밖에 없는 아들로서…… 남자로서……. 의연하고도 당당하게 네게 주어지는 어려움과 난관을 잘 헤쳐나가주기를 바란다. 지금껏 네가 잘해주었듯이 앞으로도 아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잘해 주기만을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은 비록 산더미 같은 공부일 지라도 학창시절은 머잖아 끝이 난다. 네가 네 의지와 생각대로 보다 자유로운 삶을 펼칠 수 있는 성인이 될 날이 머잖았다. 그 외에도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하고 다시 취업공부에…… 직장을 잡아서도 사회생활을 잘 해내야만 하는 만만찮은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까지……. 수범아, 하지만 그 어떤 일에도 두려워 말고 담대하게 걸어가거라.
네가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만 삶을 욕심 없이 안아들이거라. 사람은 자기 노력보다 더 많은 것을 삶에 요구하거나 과욕을 부리면 꼭 일을 그르치게 되고 사단이 일어난다. 한 발 한 발 정직하게 걸어가 사람들을 대하거라. 인생은 너희들 세대가 부르짖는 한 방이 결코 아니다. 스스로 족함을 찾는 겸손한 삶이 뿌리가 깊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남의 것을 탐내지도 말고 비교하지도 말거라. 일상이 주는 삶의 평화와 행복은 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네가 가진 작은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아빠는 살아오는 동안 그런 지혜와 성찰을 삶 속으로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너는 아빠보다 훨씬 더 똑똑하므로 이 아빠의 바람을 네 삶을 통해 성취시키게 되리라 믿는다.
성공한 사람이 되지 말고 행복한 사람이 되거라. 근검절약을 통해 물질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 습관과 마음을 가지거라. 더 바란다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너보다 못한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거라. 세상 모든 사람들과 경쟁하고 싸워 이기더라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에겐, 아내에겐 반드시 져야만 한다. 인생이란 것을 내가 살고 보니…… 조금만 생각하면 다 남 탓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다 내 탓이란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된다.
내가 들려준 말이 시종일관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네가 내 말을 잊지 않는다면 세상 그 누구보다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정과 삶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수범아…… 아들아……. 아빠가 네 곁에 있건 없건 상관없이 나는 언제나 네 편이며 너를 응원하는 영원한 사람으로 남겠다는 약속을 남기마. 네가 바라는 당당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할 말이 해일처럼 밀려오지만 이만…… 맺으려고 한다. 네게 많이 미안하지만 더 이상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으마…….
아빠는 수범이를 믿고 신뢰하며…… 아들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좋아했고 사랑했음을 진실로 말해두고 싶구나. 아들…… 우리 수범이, 파이팅!
2010년 11월 29일 아빠가


사랑하는 딸 승윤이에게

우리 이쁜 딸 승윤아, 안녕! 아빠다.
어젯밤에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가 오빠만 편애한다고 네 맘이 많이 상해 있더구나. 용돈 문제로 그러는 모양인데 그건 오빠는 고등학생이고 네가 아직 중학생이라 엄마가 일정 부분 차이를 두는 모양이더라. 물론 너는 속 많이 상하겠지.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들이 여기저기 자잘한 돈 쓸 일이 많다는 네 항변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엄마가 같은 여자 처지를 이해 못 해준다고 속상해 훌쩍거리는 널 보면서 아빠 마음이 많이 미안해지더구나. 결국 아빠가 충분히 벌지 못해서 네 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 승윤이는 쾌활하고 맘 넓게 쓴다는 것을 아빠가 잘 알기에 아빤 웃는 얼굴로 네 어깨를 툭툭 쳐주었단다. 아빠 맘이야 엄마 몰래 돈 몇 만원이라도 네게 슬쩍 건네주고 싶긴 했지만…… 너희들 경제문제는 엄마가 책임지고 건사하겠다는 엄마와의 약속이 있었으니 선뜻 그렇게도 할 수가 없더구나.
훗후후후…… 우리 승윤이가 이해해 주렴. 일주일에 한 번씩 받는 네 용돈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의 잣대에는 적합하다고 하니 일단 엄마 판단을 믿어보자. 그리고 이담에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을 때, 엄마의 기분이 좋을 때를 살펴 용돈인상이 꼭 필요한 이유를 또박또박 말하고 잘 설득해 보렴.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숱한 의견충돌이 생긴단다. 그럴 때마다 먼저 상대방이 내게 그렇게 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충분히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되거나 부당하다 싶으면 너의 감정 표시가 아닌 생각과 주장을 상대방에게 먼저 정확히 전달해 주는 것이 문제를 푸는 순서이고 절차다. 상대방이 네 말을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상식과 이성적 판단에 근거해 보다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는 게 네가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데 유리하겠지.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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