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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18년 09월 18일(화) 10:16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우리는 얼마다 더 성숙하여야 사람의 마음속 깊은 외로움을 읽을 수 있는 것일까.
생명 하나가 아기로 지구에 탑승하는 순간은 엄청난 속도의 공간에 한 인간이 얹어지는 일이다. 자전속도 시속 1천 6백 7십 킬로미터, 공전속도 시속 10만 8천 킬로미터. 혹은 모르고 살다가 철 들어 이 속도를 아는 순간 시작되는 멀미는 사실 지구멀미라기보다 사람들과 함께 섞이어 돌아가는 사건들에 의한 사람멀미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다 대충 서로 알아 갈 때쯤이면 어느 날 정 들었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휙! 사라져 가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는 우주보다 크고 존귀

태양계는 태양의 중력에 의해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 왜소행성, 혜성, 유성체 등의 천체로 이루어진 범위를 말하는데 태양계는 은하계의 한 부분으로 우리의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를 우리 은하라고 한다. 우리 은하 안에는 약 4,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 2016년 10월 14일 발표에 의하면 영국 노팅엄대학교 천문물리학부의 크리스토퍼 콘셀리스(Christopher Conselice) 연구진은 최근 허블 우주망원경과 지상 망원경들의 관측자료, 그리고 3차원 영상 모델링 등 기법을 이용해 계산했더니 우주 은하는 대략 2조 개 (최소 1.4조 개, 최대 2.7조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아직 발견되지 못하고 발표되지 못한 우주의 구조와 신비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생각하다 문득 정현종 시인의 유명한 시 「방문객」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가복음8:36)’라는 말씀으로 온 태양계와 은하계와 우주를 다 한다 해도 한 사람, 인간의 가치가 더욱 크고 존귀함을 나타내고 있다.
‘레오 버스카 글리아’의 유명서적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저자가 대학교수로 부임 해 간 첫 날, 강의를 유난히 열심히 듣던 여학생이 있어 수업이 끝나고 칭찬 겸 고마움을 전하려 하다 여의치 않아 지나친 다음 날부터 계속 그 학생이 출석하지 않는 것이 궁금하여 알아보았더니 바로 그 이후 그 여학생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눈빛을 반짝이며 집중하던 그 성실해 보이던 여학생의 자살소식은 저자에게 큰 충격이었고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그에게 그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칭찬과 관심을 보여 주지 못했던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질책하며 괴로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과 위로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쓰기 시작했고 그의 저서들은 자주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이 되곤 했다.
오래 전의 일이다. 오랫동안 뱃일을 하는 친구 남편의 생일 선물로 꽃다발을 드렸을 때 그 분은 생전 처음으로 받은 꽃다발 선물이라며 눈물을 닦던 일이 기억난다. 또 교회 봉사팀과 함께 시골 마을회관의 노인들의 발을 씻어드리고 허브향 기름을 발라드리며 마사지를 해 드리자 많은 할머니들이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시다가 나중에는 어떤 분은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았다. 옛적 가난한 나라의 역사 속에서 평생 가정을 지켜내시느라고 고생하며 아이들을 다 키워 내보내고 남편도 돌아가시고 혼자되신 할머니들. 그동안의 고난과 외로움과 고단함이 발뒤꿈치 묵은 각질이 벗어지고 발톱손질과 부드럽고 향기로운 발이 되도록 정성스럽게 만져드리는 동안 위로가 되고 눈물을 닦아드리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에 우리도 함께 감동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누가 내 더러운 발을 이렇게 만져 주겠소” 라시던 이 순한 어르신들,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다며 손을 잡아주시는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분들. 여리고 착한 사람들이 웃을 일 별로 없는 무료함과 누추함으로 외롭게 나이 들어가시는 것이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독거 노인분들 대부분의 삶인 것 같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샘을 찾는 일

우리나라 근래 GDP(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량 2018년 4월 기준 32,000달러)는 분명히 대단한 성장을 가져왔는데 세계 통계학적 행복지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은 각 층의 인구별 자살율이 너무 높다는 것에서도 숨길 수 없는 증명이 되고 있다. 유아기를 지나 어린이들, 청소년들, 청년, 장년층까지도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고들 하는 어두운 뉴스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어릴 때 마루에서 마른 빨래를 접는 엄마 옆에서 낮잠을 자거나 엎드려 숙제를 할 때도 행복했었고 골목길이나 공터에서 친구들과 어둑해 질 때까지 놀면서도 마냥 행복했었다. 가난하였으나 먼 학교 길을 즐겁게 오고갔고 젊어서는 마음 가득 늘 꿈이 있고 설레임이 있었다. 물론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지금 젊은이들의 미래와 가정을 둔 가장들의 미래는 앞으로 훤히 내다보이는 저 높은 고령사회시대를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안개 속처럼 막막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서로를 존중하고 끌어안는 일 뿐이다.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삭막하고 딱딱한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운 것 하나 쯤은 숨어있기 마련이다. 투박하고 뾰족한 말을 하던 사람도 때로는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던 사람까지도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얼마쯤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차라리 손을 잡아 주었더라면 후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 늦은 다음에야 어떤 사람의 고마운 마음을 알게 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마왔다고 그 때 말했어야 했다. 미안하다고, 괜찮은 거냐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었겠냐고, 가족에게 이웃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나를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대 로마전쟁에서 승리하고 귀환하는 장군의 뒤를 쇠사슬로 묶인 노예들이 끌려오며 외친 말이었다고 한다. ‘모멘토 모리’ (당신도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는 삶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서 오늘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생 땍쥐베리-
사람의 마음속에서 그 샘을 찾는다는 것은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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