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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사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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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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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22일(화) 11:35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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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누가 이사를 간다
첫 추위
진눈개비 내리는 이른 아침
작은 이삿짐 차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먼 길을 가는가 보다
운전석 옆자리
아이들은 엄마 품에 잠들어 있고
가난해 보이는 이삿짐 투명비닐포장이
세찬 바람에 펄럭거렸다
우리 가난했던 시절의 이사도
저리 쓸쓸했을 것이다
이렇게 나이 들면
그도 담담한 추억이 되는 것이니
무사히 닿아 고단한 짐 풀 때쯤이면
이 눈이 그쳐있기를
처음 잠깬 낯선 집에서의 아침이
부디 행복하기를
졸시 「누가 이사를 간다」는 십여 년 전에 쓴 시이다. 그 때만해도 이런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이사를 하는 날 공교롭게도 비나 눈이 오기라도 하면 가난한 이삿짐은 왠지 더 서글퍼보였다.
나는 어릴 적에도 대구에서 보낸 초등학교 시절, 자주 이사를 하는 바람에 학교를 여러 곳으로 옮겨 다녔었는데 어머니가 학교에 오시는 날에는 가방을 챙겨 겨우 낯을 익힌 친구들과 거의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떠나야했다. 한 번은 친구의 신발 한 짝을 운동장 뒤편 나뭇가지에 걸어 감추어 두었는데 잊어버리고 그 친구에게 말도 못하고 떠나온 일이 나이 들어가면서도 잊을 수 없는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50여 년 전 우리가족이 대구에서 살다 이사를 올 때, 서울에서 진부령 단일로를 따라 비포장길 거진에 도착하기까지 8시간 반이나 걸려 이런 먼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기가 막혀했던 생각이 난다.
거진에 와서도 결혼 전이나 결혼 한 뒤에도 이사를 한 횟수를 생각하면 열손가락으로도 모자랄 만큼 많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고단한 날들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고단하기보다 더 괴로웠던 일은 가난했고 별로 깔끔하지 못했던 그 누추한 살림살이를 이웃이나 친분 있는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여럿이서 리어카에 실어 나를 때의 곤혹스러움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고 민망하다.
요즘도 나는 반짝반들 윤이 나고 갤러리 같이 정갈하게 해 놓고 사는 사람들의 집을 가보면 스스로 부끄럽고 내 자신이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후데코가 쓴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위한 필독서라는 『일주일 만에 80퍼센트 버리는 기술』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읽기도 했다. ‘우리 인생은 소지품의 단 20퍼센트로 성립 된다’라는 취지로 쓰인 책인데 처음 며칠은 몇 개를 버려보기도 했지만 금세 이렇게 정리정돈이 잘 안 되는 나다운 나(?)로 돌아가 버려서 여지껏 숙제로 남은 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산다. 우리 남편 역시 버리려고 담아 묶어 내 놓은 옷 자루를 다 풀어보고는 다시 아깝다고 들여다 놓으니 우리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는 평생 힘들 것 같다.
지금은 이사업체가 많아 마무리 짐정리까지 잘 해 주고 가니 이사하기가 옛날보다 많이 쉬워졌다. 물론 이사비용이 좀 들긴 하지만 외부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잘 코팅 된 박스에 담아 지붕까지 완벽하게 덮인 트럭으로 실어 나르고 무엇보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담고 옮기고 풀어서 진열정리까지 해 주니 나 같이 살림살이 부끄러운 사람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옛날 우리들의 가난했던 이삿짐 이야기들도 지금 생각하면 아득하고 잔잔한 추억이 되었고 한 번 씩 이사를 할 때마다 아이들은 점점 자라서 이제는 제 길들을 찾아 떠나갔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살림살이는 점점 쌓여서 묵은 짐들에 묻혀서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젊었을 때에야 좀 가난하고 고단하면 어떠랴. 진눈개비 내리는 추위인들 어떠랴.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젊은 패기만으로도 무엇이든 다 해 낼 것만 같았던 날들이 우리에게도 있지 않았던가.
어느 정도 나이 들어가던 그 때, 겉으로 보기에는 지나가는 이삿짐 차가 내 눈에는 참 쓸쓸해 보였지만 아침 일찍 트럭 앞자리에서 아이들을 품에 안고 가는 젊은 엄마의 마음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떠나는 꿈으로 설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삿짐을 내리고 잠이 든 다음날, 낯선 집에서의 아침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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