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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평화지원 절실하다

우리 사는 이야기 / 신창섭 토성면 천진리 주민(전 MBC 기자)

2019년 02월 19일(화) 09:2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대학시절 하숙집 아주머니가 묻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강원도 고성이 고향이라고 하니 “거기서 이북이 보이냐”고 대뜸 물었다. 아주머니의 질문은 북한과 가깝다는 것을 그렇게 직설법으로 표현했지만 그것은 고성의 지리적 위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른바 접경지역은 불리한 여건에 위치하고 있다. 북한과 가깝다는 지리적 인식으로 인해 오랜 세월 경제적, 산업적으로 소외되어 왔고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고성을 비롯한 철원, 양구 등 강원도 접경지역의 사정이 대동소이하다. 특히 분단의 이중고로 인해 인구는 줄고 경쟁력도 바닥권이고 변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구조는 분단의 숙명 그 자체이다.
그간 남북관계의 우여곡절 속에 희망과 실망이 교차하면서 긴 세월이 흘렀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서 평화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대립과 갈등을 넘어 구체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이 이전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동해선 철도의 복구 움직임도 그런 일환이다. 이를 위해 민간차원에서 동해선 연결을 소망하는 침목 모으기 운동이 열기를 뿜고 있다는 것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강릉에서 제진까지 연결하는 동해선 구간의 조기복원을 위한 열망은 멈출 수 없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지역의 간절한 소망 목록이다.
분단 당시 서베를린의 경우가 역사적 교훈이 될 수 있다. 서독 정부는 당시 분단의 섬 속에 갇힌 서베를린을 사수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분단의 대립이라는 어려운 여건을 상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투자 유인이나 거주정책을 폈다. 특히 서베를린 인구 200만을 사수하기 위해서 특별법으로 각종 혜택을제공했다. 그리하여 정부의 설득으로 독일 굴지의 악셀 슈프링거 미디어 그룹이 베를린장벽이 코앞인 곳에 본사 건물을 우뚝 세웠고, 베를린영화제도 론칭하고 베를린필하모니를 장벽 근처에 근사하게 건설해서 서베를린이 주눅들지 않게 배려했다.
이는 단지 동독사회주의정권에 맞서기 위한 쇼윈도우 전략이 아닌 분단의 전초기지인 서베를린의 평화전략이었다. 그같은 베를린 지원정책으로 분단 당시에도 서베를린은 쿠담 중심가 같은 쇼핑가가 번성하고 세계적인 관광지와 문화 예술적 도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서베를린 뿐만 아니라 동서독 분단 경계선의 마을들에 대해서도 특별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곳 주민들을 평화의 지킴이로서 보상을 해 준 셈이고 그렇게 해서 정말로 평화가 경제를 견인하는 모습을 유지해나갔다.
강원도 접경지역에 서베를린 모델의 접목이 절실하다. 남북간 교류 왕래를 대비한 인프라 건설도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지만 본질적으로 접경지역에 사람들이 몰려오도록 제반 기반을 지원해주는 총체적 지원책이 이제라도 담대하게 이뤄져야 한다.
고성군만 보더라도 금강산 관광 단절로 인해 지역경제의 타격은 실로 크다. 그러나 고성군이 갖는 역량으로서는 이를 보충해 나갈 대체적인 여건과 여력이 절대 부족하다. 산업도 그렇고 문화인프라도 그렇고 인적자원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이 보이는 곳에 사는 지리적 불리함에 산업적 경제적으로 황무지 같은 곳에서 생업을 유지하면서 터전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평화수호의 의미가 큰 것이다. 이는 시장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세제혜택이나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해야 한다. 접경지역 접근로를 넓혀 왕래를 편하게 해주는 정책이 급선무다. 학교만 하더라도 접경지역 학생들이 다른 도시지역 학교로 나가는 것을 자제하도록 혜택을 듬뿍 제공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화진포에 평화콘서트 장을 만들어서 평화의 울림이 퍼져 나가게 해야 한다. 접경지역 수학여행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점화된 한반도 평화가 진통 속에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평화는 되돌릴 수 없는 프로세스이다. 브란트가 말한 ‘평화가 모든 것을 해 줄 수 없지만 평화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강원도 접경지역에 해당되는 금언이 아닐 수 없다.
남북간 통로를 열고 지역이 살만한 곳으로 유지 되도록 하는 마스터플랜으로서 평화지원이 절실하고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이는 접경지역 공동화를 막고 향후 통일시대 균형 잡힌 국토발전의 초석을 까는 선 작업일 수 있다. 때론 공포 속에서, 척박한 환경에서 모질도록 분단시대를 견디어 온 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해 대한민국이 포용성장 차원에서 답변할 차례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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