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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문학회> 회원 작품 릴레이 [9] / 김정균(수필)

2020년 08월 04일(화) 03:33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30분 째 길고양이 두 마리가 식당 앞 접시에 있는 먹이를 두고 대치중이다. 한 마리는 벌써 양껏 먹고 난 뒤 먹이 접시를 뺏기지 않으려고 지키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그 먹이를 어떻게 하면 얻어먹을 수 있을까 아옹아옹 울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사실 먹이를 양껏 먹은 고양이는 눈치를 보고 있는 고양이의 어미다. 얼마 전?, 아마 1개월 전에만 해도 어미 고양이는 그 새끼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다른 고양이의 위협으로부터 돌보았다. 어미 고양이는 파수꾼처럼 먹이 접시를 지키면서 다른 고양이가 먹지 못하도록 그르렁 거리며 새끼고양이들을 불렀다. 그러면 숨어있던 새끼 고양이들은 경계를 해가면서 차례로 와서 먹이를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새끼들은 잘 커서 기름기 반지르르한 털 색깔을 뽐내면서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어미를 보면서‘참! 영악하고 모성이 대단한 놈이구나’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어미가 새끼들과 같이 다니지도 않고 따로 행동하면서 거리를 두는가 싶더니 먹이를 먹으러 오는 새끼들에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새끼들은 엄마가 갑자기 왜 그러느냐고 ‘나야 나’하듯이 아옹아옹 울어댄다. 이제 새끼들이 다 컸다고 홀로서기를 하라고 거리를 두는 모양이다 싶었더니 이게 웬일인가! 어미 배가 잔뜩 처졌다. 또 새끼를 밴 모양이었다. 어미는 새끼들이 완전히 홀로서기 전이라도 뱃속에 있는 새끼를 위해서 미리 정을 떼려는 모양이었다.
과거, 지금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부모들은 대대로 물려받은 논밭 다 팔고, 유일한 농경수단인 소까지 팔아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켜야 자신의 의무를 다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는 뼛골이 휠만큼 밤낮없이 일을 해도 자식들은 후사後嗣의 영화榮華라며 기쁨으로 느꼈다. 부모는 자식이 장성하고 결혼을 해서도 자식을 떠나지 않고 안위를 걱정한다. 힘이 닿는 부모들은 결혼한 자식들 사업자금, 생활자금 등의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육아·가사 등의 노동까지 책임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편,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부모의 양육과 희생과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노후에는 부모를 잘 봉양하고 자식들에게 경제적 보상은 물론, 부모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기를 원한다. 또한 부모들은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 부모자식 간 끈끈한 관계를 지속하기를 원한다. 그러면서 부모는 자식이 결혼 후에도 명절이나 집안의 주요 행사 때, 아플 때, 필요할 때 매번 찾아오기를 원하고 심지어 같이 살기까지도 강요한다.
반면, 대부분의 자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도 대학교/대학원,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결혼하고 나서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육아·가사노동이 필요한 자식들은 부모가 도와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부모 자식 간 관계에서는 어느 하나가 그 필요를 채워주지 못할 때에 특히, 상호간에 경제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할 때 그 갈등은 더욱 심각해진다. 부모는 경제적 보상을 해주지 못하는 자식에게 실망하고, 자식은 지금까지의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모가 빨리 돌아가시고 난 뒤 상속받을 재산만 생각한다.
또한 새로 가족으로 편입된 며느리가 딸과 같이 사근사근하게 다가오고 집안일도 가족 같은 생각으로 적극 나서서 거들어 주면 문제가 없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경우가 흔하겠는가. 그렇게 고부간 갈등은 시작되어 부모자식 관계가 끊어지고 심지어 이혼까지 들먹이게 된다. 종국에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보내는 문제로 가족들 간에 한바탕 소란을 떤다.
그러나 서양의 부모 자식관계에 대한 생각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성경에“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라는 말이 있다.“남자가 부모를 떠나”라는 말은‘자식이 결혼하게 되면 부모를 떠난다’는 말, 즉 결혼하면 자식은 남이라는 말이다.
서양의 부모들은 우리 부모들처럼 자식들한테 힘에 겨운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은 자식들이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같은 잠자리에서 떼어놓지 않지만, 서양 부모들은 태어나자마자 자식들을 부모와 떨어진 요람으로 보내면서 홀로서기를 훈련시킨다. 서양부모들은 고등학교까지는 경제적으로 자식들을 도와주지만 대체로 대학교를 가고 결혼을 하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다. 자식들이 결혼한 후에는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그들의 생활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부모 또한 자식들의 왕래를 강요하지 않지만 모처럼 자식이 집을 방문하면 손님처럼 크게 환대한다. 그리고 부모 자식들 간에 경제적 관계는 거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도 조선시대에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하여‘여자는 혼인하면 친정에 발도 들여놓으면 안 된다’고 하는 시절이 있었다. 서양처럼 남녀 모두 출가외인을 주장한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파격적인가?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식당 밖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가 발악하면서 다투는 소리가 난다. 지금까지 서로 대치해있다가 새끼 고양이가‘엄마 옹~~’하며 아양을 떨며 접근하는 걸 보고 어미 고양이가 주먹을 날린 모양이다. 놀라서 나가보니 어느새 새끼 고양이는 꽁지 빠지듯 도망가고 보이지 않는다.

ⓒ 강원고성신문

-1959년 경남 마산 출생, 간성읍 거주
-서울대 임학과 졸업, 경남대 정치학 박사
-8군단 40관리대대장 역임
-<생활문학> 수필 부문 신인상(2018년)
-고성문학회 회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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