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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와 감자

우리 사는 이야기 / 노혜숙 주부(간성읍)

2020년 08월 04일(화) 08:54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해변 모래사장 앞에 옥수수장사가 천막을 쳤다. 밭에서 새로 수확한 옥수수를 트럭에 가득 싣고 와서 겉껍질과 수염을 떼고 커다란 검은 솥에 넣으면 모락모락 김을 내며 맛있게 익어 간다.
이열치열인지 피서객의 간식거리는 푹푹 찌는 날씨인데도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땀으로 젖은 옥수수 주인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가마솥하고 같은 색을 하고 있다.

어린시절 먹거리 옥수수와 감자

옥수수 장사를 바라보니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산과 밭뿐이었던 어린 시절의 먹거리는 온통 옥수수와 감자를 이용한 음식이었다.
1970년대 시골의 이른 아침은 동구 밖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들리는 새마을노래로 시작되었다. 그 시간이면 우리는 일어나 있어야 했고, 빗자루를 들고 앞집 마당까지 다 쓸어야 했다. 아버지의 불호령에 늦잠은 생각도 못하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은 네 집 내집 가리지 않고 청소도 같이하고 음식도 나눠 먹었다.
밭에서 따온 옥수수는 금방 쪄서 먹어야지 맛있다고 엄마는 새벽에 옥수수와 감자를 캐왔다. 껍질을 벗겨 삶은 옥수수를 먹고 나서 입에 힘을 주고 쭉쭉 빨면 달짝지근한 옥수수 물이 고이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아침저녁으로 여섯 남매를 위해 옥수수와 감자를 쪄주던 엄마. 다 먹고 난 후 아버지는 옥수수를 바짝 말려 옥수수 가운데 꼬챙이를 꽂아 등 긁는 용도로 만들어 썼다.
그 당시는 쌀이 부족해서 잡곡을 의무적으로 먹어야 했다. 정부 시책사업으로 혼식, 분식운동을 하였고 학교에서도 점심시간이면 도시락검사를 했다.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분식장려를 한 것인데,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나 국수를 자주 먹었다.
엄마는 농촌지도소에서 배워 온 실력으로 옥수수나 감자를 이용한 간식을 만들어 주었다. 그 때 먹었던 기름에 튀긴 감자나 이스트를 넣어 부풀은 빵은 지금 그 무엇과도 비교도 안되는 기가 막힌 맛이었다.

옥수수 밭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었다. 사무실로 가끔 찾아오는 ‘옥수수빵’ 파는 할머니가 있었다. 무심코 내뱉은 직원의 한마디는 할머니를 잡상인 취급했다. 어릴 때 엄마 생각이 났다. 몰래 할머니 곁으로 가 옥수수빵을 샀고, 회사를 그만 둘 때까지 나는 할머니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절대 안 먹을 것 같은 옥수수와 감자가 지금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간식거리가 되었다. 엄마가 손수 길러 해 주신 음식들을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잘도 먹는 입을 보고 엄마는 행복을 느끼고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긴 옥수수 밭을 보면 옥수수 밭 속에서 보이지도 않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옥수수 알처럼 촘촘했던 엄마의 이야기, 옥수수 알같이 알차거라, 감자처럼 모나지 않게 살아라, 감자 꽃처럼 순해라. 등허리가 굽었던 엄마, 옥수수 단물처럼 쭉쭉 빨아먹던 우린 엄마의 뼛속까지 단물만 빨아먹은 게 아닌지 생각하니 눈가가 촉촉해진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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