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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주민주권 강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위기로 다져진 자치분권
금강칼럼 / 권성준 칼럼위원(강원고성갈래길본부 대표이사)

2020년 08월 25일(화) 11:4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7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1명에서 시작한 확진자는 1만 5천명이 넘게 늘었고 강원도는 78명으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5천만명에게 닥친 삶의 변화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어제의 숫자를 듣고 늦은 밤 잠들기 전에도 오늘의 숫자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외출할 때는 당연히 마스크를 써야 하고 마스크 없이 밖에 나가본 적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다. 휴일에는 여행이나 외출보다는 집에 머물고 가족과 함께 하던 외식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문되어 현관 앞에 놓고 간 배달음식으로 대신한다.

코로나19로 ‘자치’의 중요성 인식

코로나를 겪으며 모든 국민들의 일상이 변한 것처럼 재난 극복을 위한 노력의 주체도 변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내용을 공개하고, 확진자 동선을 주민들에 알린다. 주민들도 중앙정부의 발표보다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브리핑과 홈페이지에 공개된 확진자 정보에 더 귀 기울인다.
뿐만 아니라 재난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발표되거나 시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주장한 긴급재난생계지원금, 경기도가 제안한 재난기본소득, 세종시와 고양시에 최초로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등 재난현장, 즉 시·군민들의 삶에 더 밀접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정책을 먼저 제안하거나 시행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주체도 변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코로나로 인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나라의 모든 부분이 위축되고 있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자치분권이 실현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자치(自治)’라는 단어는 “자기의 일을 스스로 처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물론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코로나의 양상과 이에 대처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행정기관이 자신들이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재난극복을 위한 지역별 정책을 구상하고 시행한다는 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치분권’의 지향점으로도 볼 수 있다.
이제 코로나가 가져온 실질적 자치분권의 모습을 제도로서 강화시켜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해서 발표됐다. 그 중에서 ‘주민주권 구현’이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주민자치회의 대표성 제고와 활성화, 주민발안법 제정, 주민소환 및 주민투표 제도 강화, 주민참여 예산제 확대 같은 내용들이 이 부분에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에 도입되어 있는 주민조례발안(조례 제정 및 개·폐청구), 주민소환, 주민투표 제도는 실효성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구색은 갖춰져 있는데 실제로는 활용하기가 어려운 제도라는 것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임기 중에 해임시킬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의 경우에는,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주민소환이 101건(시·도지사 7건, 기초단체장 36건, 지방의원 58건) 추진됐으나 투표까지 간 건 8건에 불과하고 소환은 2명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선거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주민이 큰 피해를 입는 행정 실책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이상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방법도 없다.
주민투표제도도 엉망이다. 대표적으로, 국가사무에 대해서는 오직 중앙정부만이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거부하면, 원전 건설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사무라는 이유로 주민투표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강원도 삼척이나 경북 영덕에서는 이런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주민투표법과 무관하게 자체적인 주민투표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제도 자체가 거의 죽어 있다.
주민들의 서명으로 조례를 제안할 수 있는 주민발안제도는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된 편이지만, 그래도 18년간 239건에 불과하다. 학교급식조례 제정 등에서 활용이 되어 왔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고생해서 서명을 받아 조례안을 제출해도 지방의회가 심의를 회피하거나 부결시키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초창기 구색을 갖춰져 있지만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제도를 개선하여 2020년 7월 3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전면적인 개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의 근간으로 하나의 헌법에 가깝다.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변화된 시대에 맞는 개정안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본다.

주민들이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

핵심은 단체자치에서 주민자치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방자치 정착에 기여해왔다. 그 과정에서 자치의 진정한 주체인 주민의 참여는 다소 부족했다. 개정안은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꾀하고 주민참여권을 명시하며, 각종 참여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새로운 개정이나 주민조례발안법 도입, 참여기준 완화 등 주민주권 강화와 주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자체장이나 의회로서는 감시 기회가 많아져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주민주권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자체가 기관을 다양한 형태로 구성할 길이 열린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26개 시군구가 있다. 인구로는 1만 명 이하부터 100만 명이 넘는 곳까지 다양하지만, 기관 구성 형태는 모두 대립형(자치단체 결정기능을 담당하는 의회와 집행기능을 담당하는 집행기관을 분리시키는 형태)으로 동일하다. 기관 구성 다양화가 도입되면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자신의 지역에 맞는 기관 구성 형태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들어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그대로 세계화에 노출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걸맞은 주민주권은 그 지역 안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주민이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국민주권의 방식만이 주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투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주인이 주민이 되는, 주민이 수평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인 것이다. 그러기에 주민주권의 핵심은 더 이상 우리가 뽑아놓은 엘리트들이 우리 지역의 중요한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닌, 주민들이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며 마을의 중요한 가치를 고민하고 현실적 해결까지 이르게 하는 판단은 다른 누구도 아닌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치를 배분하는 정치에 참여하는 길이다.
2016년 87세로 생을 마감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2001년 ‘위기를 넘어-21세기 한국비전’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정부들은 근대화에 맞춰 변화해 왔고 표준화와 전문화, 동시화, 집중화, 극대화, 무엇보다도 중앙집중화와 산업화의 핵심원리들이 정부에게 적용됐다’고 했다. 또 ‘산업시대에 대응해 고안된 정부 시스템은 지식기반경제와 사회에서는 적절하게 기능을 다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시스템의 효능은 점점 더 퇴색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그리고 2020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면 앨빈 토플러의 조언이 무색할 만큼 아직도 지방은 중앙의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자치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지방자치의 발전 없이는 국가발전도 없으며, 지방자치의 발전은 자치분권을 통해 추동력을 얻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재난으로 불어 닥친 코로나로 인한 지방자치단체 위상이 자치분권의 원동력이 되어 그 기반으로 주민주권이 더 강화되는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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