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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에 갇힌 코와 입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20년 11월 24일(화) 14:3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국어사전을 찾다가 콧구멍을 보았어요. 그런데 콧구멍이 “비공鼻孔”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큰 이모님의 콧구멍 하나로 우리 가족이 많이 웃었답니다. (죄송해요) 큰 이모님 이렇게 많이 웃게 해 주셔서 감사하구요. 건강하시고 사랑해요.”
오래전 조카 하나가 우리 가족 카페방에 올린 글이다. 나는 물론 그에 대한 답을 바로 올려주었다.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나의 거대한 비공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단다. 이 황홀한 미모(?)에 코까지 잘생겼다면 나는 얼마나 잘난 척, 교만하며 기고만장했겠니? 물론 샤워를 할 때마다 고개를 숙여야 하는 수고로움과 바쁠 때 세수를 급하게 하다 보면 양쪽의 새끼손가락이 동시에 비공 깊숙이 침공하기도 하여 비명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 새끼손가락을 엄지손가락만 한 굵기로 하지 않으셨으니 그 또한 감사하는 이유 아니겠니? 하여튼 큰 이모는 미세먼지, 공해의 도시 체질이 아니라 큰 산맥 아래 바다마을에서 비공으로 드나드는 청정공기를 팍! 팍! 들이쉬고 내쉬면서 오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단다.”

사춘기 때, 나는 못생긴 코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조금 숙이고 다녀야 했고 교회에서 가끔 열리는 촛불기도 모임에서는 내 코 높이의 위까지 양초를 들어 올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코뿐 아니라 못생긴 입까지 외모가 점점 나의 관심 순위에서 멀어져 감을 느끼게 되었다. 무슨 용기로 나는 조금도 더 예뻐지지 않은, 오히려 주름과 검은 잡티가 많이 생겨난 이 얼굴로도 개의치 않고 스스럼없이 살아가게 된 것일까. 이 뻔뻔함까지 때로는 민망해서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어릴 적 순수가 그리워진다. 그나마 눈을 가리지 않고 코와 입을 가릴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예전 어느 사극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왕의 낮은 음색의 위엄과 함께 들려져 유행되었던 말이 있었다. “그 입 다물라.” 우리의 콧대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이젠 너무 늦어서 물, 대기, 토양 등 환경생태계의 오염되는 속도는 보존하려고 애쓰는 속도보다 겉잡을 수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미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로 급속히 치달아 온 폭력형 인간 오염의 과속이 먼저였을 것이다. 코와 입을 가리고 살아가는 일이 이제는 당연하고 습관화되었을 만큼 적응되어가는 가는 동안 코로나 펜데믹은 온 세계인의 인성과 생태계의 정화 기점이 되어 줄 것인가.
마스크 안에 갇힌 코와 입, 어쩌면 그것은 한때 인류의 교만한 콧대와 폭력적이며 저급한 언어를 막아버린 역사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 역시 끊임없이 연습하여야 할 말의 습관을 생각하며 최근에 쓴 졸 시 한 편을 옮겨본다.

생각에서 말까지의 먼 길

천천히
잠시 멈춤
몇 번의 표지판을 지나 언덕에 서면
말의 시작점이 있다

내리막길
한 번 내어 보내면
다시 되돌아오지 못하는 언어들

솟기 시작하는 긴장감으로
목울대가 젖고
줄을 서기 시작하는 단어와 문장
상대방의 마음은 늘 읽기가 어려워
진지하거나 단호하거나
줄이고 줄인 몇 마디면 충분하다

생각에서 말까지 가는 먼 길
표지판 신호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내리막길 다 끝나기도 전에
누구는 웃거나 울기도 하고
누구는 죽거나 살기도 했다

고난을 통해 고통만 기억된다면 참으로 불행하고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내와 절제와 소망을 경험하고, 그래서 눈이 밝아진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웃을 돌아보고 위로와 사랑의 손을 내밀며 지구촌을 밝혀간다면 머잖아 마스크를 벗은 큰 웃음소리 가득한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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