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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의 선장은 우공(愚公) 같은 사람이

금강칼럼 / 권성준 칼럼위원(강원고성갈래길본부 대표이사)

2021년 03월 24일(수) 09:57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매년 말이면 나오는 단골 뉴스가 있다. 바로 한 해의 사자성어다. 올 해 2월 국내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였다. 이 말은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데, 한 머리가 몸에 좋은 열매를 챙겨 먹자 다른 한 마리가 질투를 느껴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서 결국 새가 죽게 되었다는 설화에 근거한다. 즉, 자기만 있고 남이 없으면 함께 공멸한다는 뜻으로 공생관계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상대를 공격하다 함께 죽는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정쟁과 불안정한 경제 상황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이기려고만 하고,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도 죽게 됨을 모르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비판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또 교수들은 또 지난 한해를 마무리 하는 사자성어로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이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란 ‘내로남불’과 같이 세태를 꼬집는 말이다. 올해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도 여야 정치인들이 도덕적 시비에 휩싸여 사회 전반에 극심한 피로감을 낳았다는 비판의 목소리이며, 모든 잘못을 남에게 돌리고 상대를 비난만 하고 헐뜯는 소모적인 싸움만 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대를 이어 일을 해나가다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자신의 필명을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이 즐겨 사용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하루 전까지 사저에 걸어 두었던 액자 글귀이기도 하다. 우공이산이라는 필명을 쓴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결국엔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뜻에서 그랬을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북산에 우공(愚公) 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고, 이 북산(北山)은 태행(太行)과 왕옥(王屋)이라는 높은 산 사이에 있었다. 높은 산에 가로막혀 왕래하는 데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우공은 두 산을 옮기기로 하였다. 둘레가 700리에 달하는 큰 산맥의 흙을 퍼 담아서 버리는 작업을 하였다. 이렇게 작업하는 우공의 모습을 보고, 친구 지수(智搜)가 그만둘 것을 권유하자 우공(愚公)이 말했다.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있고, 그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산은 불어나지 않을 것이니, 대를 이어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깎여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 산신령에게서 이 말을 전해들은 옥황상제가 두 산을 멀리 옮겨주어 노인의 뜻은 성취되었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혼란을 넘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중국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진지 1년이 지났다. 그 여파로 한국 경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의 늪에 빠졌고,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는 많은 변화가 생겼으며 그 변화로 모든 사람들이 너무도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이 심각한 수준으로 부상하고 있고, 가덕도 공항·세종시 국회 분원·한일 해저 터널·기본소득 지급 등 돈 들어가는 일만 쉽게 난발하여 이미 시장에서는 국채 금리가 뛰고 있다니 부도날까 걱정되는 시국이다. 국정도 어수선하다. 막장까지 갔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사법부에서 시즌2 사건, 탈원전, 4대강 보 철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의 혼란스러움에 경제는 더 불안하다. 가계부채는 폭등, 집값은 사상 최고, 청년층은 빚을 끌어 모아 주식 투기에 열중하고,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마저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 투기와 전쟁을 선포하고, 3기 신도시 등 엄청난 공급을 한다는 정책을 무색하게,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을 느끼는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외교·안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비핵화는커녕 핵 잠수함, 전술핵을 개발하고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조국 통일을 앞당기겠다는 의지까지 표명했고, 일본과의 관계에 혼탁함, 미·중 사이의 내제된 갈등의 요인들…. 하지만 이 보다 더 심각한 위험 요인은 이런 시국에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도 극복이 쉽지 않은데 갈수록 분열에 골이 깊어가는 모습은 더 큰 걱정이다.

단합된 군민의식도 필요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고성군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민선자치단체가 시작된 지난 1995년 이후 역대 5명의 군수 중 절반 이상이 비리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로 인한 행정공백은 군의 발전과 군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지역 발전 프로젝트들이 이어가지 못하고 중단되고 그 분들이 내놓은 새 공약들은 표를 전제로 내놓은 것이기에 결과를 확인할 수도 없는 유토피아같은 소망적인 공약에 불과한 것들이 많다. 그러니 고성에 비전은 없고 발전을 바라는 것은 허상처럼 그려질 뿐이다.
이제 우리 고성에선 우공이산의 우공(愚公)이 가장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리석지만 우직하게 밀어붙여 산을 움직일 수 있는 우공 말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기 듯,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임을 알려주는 말이다.
우리 고성호의 선장은 우공과 같은 사람이었으면 한다. 산을 옮기는 어리석음이 군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며, 그 믿음을 종자돈으로 활용해서 성과를 내면 그 동안의 불신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와 함께 성숙한 단합된 군민의식도 필요한 시점이다. 단합된 힘은 태산을 움직일 수 있다. 산을 옮기겠다고 나선 우공이 믿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내 자식과 손자들이 끝내 이룰 것이라는 그 믿음 말이다. 믿음이 구체화되고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강한 구심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고성호 선장의 몫이다. 선장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와 우공이산의 노력으로 군민을 다독이며 끌고 정부를 설득해야 고성이 타 시·군과 차별화된 튼튼한 배로 항해할 수 있다.
얼마 전 고성신문 보도를 보면서, 우공같은 선장만 있다면 절실한 개선과제를 획기적으로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고성군이 지난해 11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강원사회조사연구소에 의뢰해 군민을 대상으로 ‘2020년 군정운영 및 정책평가’를 실시한 내용이다. 이 자료에서 보면, 우리 군에 가장 시급하고 최우선적인 과제로 드러난 것이 관광 산업 육성이다. 정말 시원한 자료라 생각한다. 타 시·군과 비교를 해 보아도 분명 관광분야의 뒤처짐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러기에 이제, 고성호의 선장은 우공(愚公) 같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 우직하게 뚝심있게 주민에 힘을 받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그런 분이 더더욱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똑똑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직함’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래서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 우공이산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다. 역사의 주인공은 임기응변에 능한 똑똑이가 아니라 올곧음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우공들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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