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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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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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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06일(목) 11:13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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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한쪽 손바닥을 들어 보이면서 하는 무언의 말 ‘나 할 말 있어요.’ 오래도록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며 하는 인사 ‘안녕, 잘 가요.’
손은 때로 마음을 대신하는 대화이며 개인의 지나온 삶을 대변하는 표정이다. 거기다 손가락까지 섬세하게 사용하거나 다양한 도구까지 들면 특별한 정보제공이 가능하여 웃음에서부터 전쟁 같은 극단적 결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실제로 버튼 하나로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존재하며 대법원 재판장의 손에 잡힌 망치는 세 번의 두드림과 함께 더 이상의 결론은 없는 것이다. 손은 그 사람의 능력과 지위에 의해서도 천차만별의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나는 어떤 손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었으리라. 역사상 손에 관한 수많은 소재는 예술적 작품들을 통해서도 우리의 마음속에 다양한 감동과 영향력을 제공했다.
손은 천차만별의 스토리를 만들어
외롭고 고단한 일생을 살다 간 불쌍한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어린 시절 처음 화보에서 만난 <감자 먹는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의 손은 나에게 그의 비참한 일생 이야기를 읽었을 때만큼이나 큰 충격이었다. 보통 흔히 접하는 밀레의 <저녁 종>이나 <이삭 줍는 사람들>, 혹은 <씨 뿌리는 사람> 정도의 그림들과 너무도 대조적인 색조와 실제적 표현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밀레의 그림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손은 거의 평화로운 감동이 있었던 반면,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의 손은 처음 얼핏 대했을 때, 어두운 배경색과 얼굴 표정들과 함께 강렬하고 무서운 느낌마저 받았다. 그들의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는 좀 과장되었다 싶을 정도의 조각조각 강렬한 선의 형태로 묘사되었는데 다섯 사람 모두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투박하고 무표정한 상태로 정지되어 있다. 온통 전체가 흙빛 감자를 연상케 하는 어두운 색감의 이 그림은 당시 최하층 농민들의 가난하고 고단한 식사 풍경을 묘사한 것이었다. 그림이든 글이든 작가의 오랜 숙성과정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그림 역시 자연에서 흙에 묻혀 살아가는 농민들과 함께하고자 한 고흐의 삶과 철학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가 여동생 빌헤미나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대표작이라고까지 말한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작품을 위하여 혼신을 다하며 작품 내용의 인물들에게 집중하며 그들의 삶 속에 심취해 있는지를 알게 된다. 매번 생활비를 보내주며 그 당시 파리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인상주의 그림을 그리기를 권유하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의 방향은 이미 확고했다.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 먹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민 손, 바로 자신을 닮은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려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어.”
나는 지금 어떤 손으로 살고 있는지
“내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막신을 신고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라는 말, 즉 먹는 것, 마시는 것, 입는 것, 잠자는 것에서 농민이 만족하는 정도에 자신도 만족한다는 점이야. 밀레는 그것을 실천했고, 사실 그밖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그는 밀레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았고 그의 순박한 삶과 예술성을 존경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닌, 힘겨운 하루를 서로 담담히 마주 앉을 수 있는 시골 사람들과의 생활을 작품에 남기고자 한 작은 마을 뉘넨은 순순한 성정의 고흐에게 잠시였지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독일 뉴른베르크 박물관에 500년 이상 소장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 역시 유명한 작품이다. 함께 미술을 공부하려고 약속했지만 너무 가난하여 먼저 친구의 미술 활동을 뒷바라지하다 손의 무리한 노동장애로 인해 함께 그 길을 가지 못하고 친구를 위해 끝까지 희생했던 친구 프란츠 나이스타인. 굽은 손가락들을 겨우 모으고 기도하고 있던 손을 본 친구 알브레히트 뒤러는 감사와 눈물로 <기도하는 손>을 그려냈으며 그 희생의 이야기는 그림과 함께 온 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친근한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도 여러 모습의 손들이 등장한다. 아이를 업고 있는 언니의 손, 빨래하는 여인들의 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풍경을 자기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버무려낸 화가의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온 세상이, 정원이 온통 꽃으로 화사한 오월이다. 어느 책에서인가 영국에서는 정원을 가꾸는 여인의 거친 손을 가장 아름다운 손으로 인정했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어머니의 손, 생명을 살리는 의료진의 손, 그 외에도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와 재물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선한 손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지금 어떤 손으로 살고 있는지 손바닥을 펴서 가만히 들여다보다 부끄러워져서 등 뒤로 돌려 가만히 맞잡아 본다. 그러다 별 탈 없이 함께 살아 준 것이 고맙기도 하여 중얼거려본다.
‘내가 업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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