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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전설에 나타난 재난과 공동체의 대응[2]

고성지역 인문학 연구 / 이광형 강원대학교 강원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2021년 07월 12일(월) 09:5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이 글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논문으로, 2021년 4월 <고전과 해석> 제33집에 실렸습니다. 본지는 화진포 전설을 재난 극복 관점에서 살펴본 이 논문을 통해 산불 등 자연재해의 위험이 상존하는 고성지역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 재난을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기 위해 연재를 결정하였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서 론 ②화진포 전설의 서사 구조와 재난 이후 ③며느리의 석화와 구비 ④재난을 예비하는 구비 공동체 ⑤결 론.


2. 화진포 전설의 서사 구조와 재난 이후 ①

현재 화진포호 주변에는 여러 곳에 화진포 전설이 기록되어 있는데 본고에서는 그중 세 곳의 기록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서사 구조를 분석하도록 하겠다. 첫째(㉮)는 화진포호와 화진포해수욕장이 맞닿은 곳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의 관광안내도 표지판에 실려 있다. 둘째(㉯)는 호수 주변 송림 사이 이승만 별장 아래 편에 전설 속 며느리를 형상화한 조각상이 있는데 그 조형물 중 일부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셋째(쳗)는 주차장 해안가에서 응봉으로 오르는 길 중턱에 있는 화진포의 성 건물 안 벽면 표지판에 실려 있다. 여기서는 이 세 각편의 서사 구조를 우선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데, 이 세 기록물이 화진포호에 명승으로서의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 중 길이가 가장 짧으면서 실제 화진포호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마주치게 되는 ㉮의 서사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옛날 이 마을에 인색하고 성격이 고약한 ‘이화진’이 살았다. ②어느 날 시주를 온 스님에게 소똥을 퍼 주었다. ③이 광경을 본 며느리가 쌀을 퍼서 스님께 드리며 용서를 빌었다. ④시주를 받은 스님은 며느리에게 나를 따라오되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⑤며느리는 고총고개에 이르러 뒤를 돌아보았다. ⑥이화진의 집과 논이 모두 물에 잠겨 호수가 되어 있었다. ⑦며느리는 애통해 하다 돌이 되었다. ⑧마을 사람들이 착한 며느리를 고총서낭신으로 모신 이후 농사도 잘되고 전염병도 사라졌다. ⑨화진포는 이화진의 화진에서 유래되었다. ⑩이 설화를 형상화한 ‘화진포 설화 여인상 동상’이 이승만 별장 아래 호숫가에 세워져 있다.

㉮는 관광안내도 표지판에 실려 있는 만큼 간결하게 축약된 화진포 전설의 기록물이다. ⑩은 ‘관광안내도 표지판’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하여 기록자가 첨가한 것이다. 이는 전설 자체의 서사 구조와는 무관하지만 관광객들에게 꽤 거리가 떨어진 곳에 있는 ㉯의 가독성을 증가시킴으로써 화진포 전설이 구비로서 지니는 가장 큰 특성인 반복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⑨는 화진포 전설의 지명유래담으로서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①~⑧이 <장자못> 유형으로서의 기본 서사 구조라 할 수 있다.
다음은 ㉮-⑩이 표지한 대로 전설 속 며느리를 형상화한 동상 아래 책 모양 조형물에 새겨져 있는 ㉯의 서사 구조를 살펴볼 차례이다. ㉯는 ㉮와 ①~⑨가 동일하며 ⑩만 다음과 같이 변형되어 있다.

⑩지금도 맑은 날에는 화진포 한가운데 잠겨 있는 금방아 공이에서 누런 광채가 수면에 비친다.

이는 호숫가에 위치한 ㉯의 특성을 살려 기록자가 교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성군지의 화진포 관련 기록을 보면 화진포의 옛 이름은 열산호(烈山湖)인데 열산현(烈山縣)이 큰비에 난 홍수로 물에 잠기어 생긴 호수라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이 기록을 통하여 화진포 전설이 이전의 홍수설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택당집』에 실려 전하는 이식(李植)의 시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는데, ⑩은 그런 정황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금방아’는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지으며 산 삶의 양태를 대유(代喩)하며, 또한 호수 자체가 부의 원천임을 은유한다. 방아는 절구에 곡식을 빻기 위해 필요한 도구로서 화진포에 정주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주민들의 삶을 제유적으로 대표하며, 그냥 방아가 아니라 금과 결합한 금방아로 표현됨으로써 정주민들이 스스로의 삶의 양태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을 환유적으로 드러낸다. 호수 한가운데 잠겨 있는 금방아는 호수가 곧 부의 원천임을 나타낸다.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에 있어 많은 양의 물을 담지하고 있는 호수는 곧 농사로 얻을 수 있는 부와 직결된다. 또한 화진포호는 담수와 해수가 교차하는 석호로서 흉년기에도 다양한 어패류를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부의 원천인 화진포호 주변에 정착하여 사는 삶은 그만큼 그 일대에서 발생하는 여러 재난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⑩은 화진포호 주변에 정착하여 농사를 지으며 일가를 이루고 살아온 정주민들의 삶과, 상존하는 위험인 홍수와 같은 재난에 대한 인식을 집약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현재 관광지로 개방되어 많은 방문객이 찾는 화진포의 성 내부에 기록되어 있는 ㉰에 대해 살펴보겠다. ㉰의 서사 구조는 기본적으로 ㉮·㉯의 ①~⑨와 동일한데 몇몇 부분이 첨가되고 플롯화되면서 보다 문학적으로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①+ 마을에 구두쇠로 소문이 자자했다. ②+ 건봉사(스님이) ~ (소똥을) 받아 넣고는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말하며 갔다. ③·④+ 며느리와 스님의 대화 ⑤+ 갑자기 뒤에서 ‘쾅’하고 큰 소리가 나서 ⑥+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⑦+⑧ 그 일 이후 고을에 큰 홍수가 나고, 농사는 흉년이 들었다.

쳗는 이런 첨가를 통한 강조와 기본 스토리에 인과관계를 더하는 플롯화를 통해 화진포 전설을 읽는 방문객에게 흥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가 고갯길 중턱의 석조 건물 안에 위치하고 있는 점은 전설에 나오는 ‘고총고개를 넘되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금기와 겹치면서 읽는 이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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