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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요리하는 시간

금강칼럼 / 최동훈 칼럼위원(철학 박사)

2022년 07월 20일(수) 09:54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삶을 고르라고 하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손꼽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입장에서 자기만의 개성 있는 삶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삶은 ‘행복한 삶’입니다. 그렇다면 왜 행복한 삶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삶이 본래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삶은 요소요소마다 고통의 요소로 채워져 있습니다.

가장 바라는 삶은 ‘행복한 삶’

삶의 가장 중요한 과정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삶은 생로병사(生老病死),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 중 결과가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아기들은 누구나 삶의 첫 세리머니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지러져라 우는 것이겠습니까. 그리고 단 한 명도 예외가 없이 죽음의 종착지를 향해 하루하루 늙어가고 병들어 갑니다.

“나는 단 하나만을 가르친다. 괴로움과 그 괴로움의 소멸이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후 처음으로 가르침을 전하는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그리고 괴로움의 소멸을 위해 첫 번째로 제시한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중도(中道)’입니다.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너무 싫어하지도 말고 너무 좋아하지도 말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중도를 취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행복은 어느 특정한 한 가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함께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행복’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요리를 위해 제가 선정한 기본적인 재료는 모두 12가지입니다. 평정심, 안정, 건강, 만족, 분수, 관계, 보람, 질서, 규칙, 성취, 자연, 리듬 그리고 죽음이 그것입니다.

간혹 돈이 많아서 행복하다, 자식들이 잘 돼서 행복하다, 건강해서 행복하다는 말들을 합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돈이나 자식들이나 건강 등 이런 거 하나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입니다. 행복은 어느 한 가지 때문에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의 요리에는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야 합니다. 행복을 갖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재물욕이나 명예욕이나 권력욕처럼 욕망과 관계된 것들은 거의 행복의 재료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욕망은 욕심입니다. 동서고금의 모든 이야기가 말해주듯 욕심쟁이가 행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욕망이나 욕심은 행복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욕망이나 욕심은 근본적으로 고민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꾀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고민과 고심 없이는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고심하고 고민하는 욕심쟁이가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의 착각이거나 그가 행복의 본질에 대해 뭘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행복 레시피(recipe) 중에서 매우 중요한 비법은 바로 욕망이 재료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욕망이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은 행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마음을 내는 것은 고민과 고심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이며, 고민(苦悶)과 고심(苦心)은 결국 고통(苦痛)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

“원치 않는 일을 원치 않으려거든 원치를 말아라!” 이것이 제가 첫 번째로 손꼽는 저의 행복 레시피입니다. 공자님 어록을 기록한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 이 비슷한 글이 있습니다.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한 단어로 제가 가히 종신토록 행할 수 있는 말이 있습니까?”라고 여쭙자 공자가 답을 합니다. “그것은 서(恕)인즉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其恕乎 己所不欲勿施於人)” 서(恕) 자는 같다라는 의미의 여(如) 자와 마음 심(心) 자가 합쳐진 글자로 마음을 늘 같게 하다, 즉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하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공자님의 가르침은 평정심을 유지하자면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것인데 저는 더 나아가 자기에게도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내가 불행을 원치 않는다면 불행을 초래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은 미래에 있거나 성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언제나 바로 지금 현재 이 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행복한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햇빛과 새소리, 기지개를 켜면서 몸으로 전해지는 조용하고 차분한 집안 분위기, 마당으로 나오자 호흡과 함께 들고나는 맑은 공기, 파란 하늘, 저 멀리 보이는 푸른 산과 흰 구름……. 순간순간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입니다. 자연과 함께 가장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담담하고 덤덤하게…….
여기서 행복과 관련된 중요한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행복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행복을 목표로 하는 삶은 절대로 행복한 삶이 될 수가 없습니다. 행복은 시원한 그늘 같은 것이고, 시원한 바람 같은 것이고, 흐르는 시냇물 같은 것이고, 눈을 감으면 평온한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물 흘러가듯 자연에 몸을 맡기고 가장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인생임을 아셔야 합니다.

하얀 구름들이 떠 있는 파란 하늘 밑 나무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맑은 공기를 음미해 보셨을 것입니다. 무수히 반짝이는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며 어둠의 정령들이 내뿜는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을 가져보셨을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연과 함께 가장 자연 그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입니다. 산 속에서 사는 자연인이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산 속에 살든 도심 속에 살든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살라는 말입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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