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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까요? 남북고성 주민이 함께 어울려 산다면

특별기고 / 박종락 남북고성 통합추진운동본부 공동준비위원장

2023년 03월 21일(화) 10:1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고성에 살면서, 고성의 역사적 아픔을 아시나요? 남한의 고성에 고성이 없다는 사실, 고성의 10개 읍면이 남북한으로 5개씩 갈라져있다는 사실, 금강산이 반으로 나뉜 사실.
6.25 전쟁 이후 남으로 잠깐 피난 나온 이후 70년이 넘도록 북의 고향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평생 부모와 형제와 헤어져 사는 이 슬픔을. 이 슬픔과 고통을 누구도 보듬어주거나 관심두지 않아왔기에 우린 더 이상 마냥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고향집 돌아가시려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형님 누나도 이젠 노인이 되고, 저도 나이를 먹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세월이 되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은 넋 놓고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흘러 강이 되고, 한숨이 쌓여 산이 돼버린 세상.
까닭에 이제 우리 고성 주민은 떨쳐 일어나 북고성 고향을 바라보며 남북한 전면통일이 그렇게도 어렵다면, ‘고성 통합(통일)’이라도 먼저 이뤄내기 위해서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일어섰습니다.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남북 분단정치를 넘고, 이데올로기를 넘고, 강대국의 이익을 넘어서서 아직 남은 이산가족만이로도 통합 고성에서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그 날을 앞당기고자 우리는 내고향 남북 고성의 통합을 목표로 노력할 것입니다. 고성 주민 여러분, 부디 함께 이 여정에 마음과 걸음을 동참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이러합니다. 첫째, 고성 지역에 사시는 어르신들의 이산과 관련한 삶의 얘기와 그 구술들을 사례화해서 채록한다. 둘째, 남북한 전면통일이 어렵다면 먼저 분단 전, 원래 한 행정구역이었던 남북 고성만이라도 부분 통합을 먼저 해보자는 뜻을 UN과 국제단체, 정부와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호소한다.

셋째, 이중분단지역을 살아온 고성 주민으로서 통일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노력한다. 넷째, 남북고성의 통합 운동을 위해 인적, 물질적 노력을 배가시키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단계적 교류와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뜻있는 고성 주민들이 모여 ‘남북고성 통합추진운동본부’를 결성하고자 합니다. 그 예비 단계로서 ‘남북 고성 함께 살면 어때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3월 28일 오후 7시 달홀문화센터 2층 회의실에서 대토론회 형식으로 즐거이 얘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고성 주민이신 어르신과 군민들께선 남북한 대치와 신냉전으로 치닫는 게 요즘 형국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의문과 반문도 드실 것입니다.

이 일을 준비하고 도모하는 저희들도 엄혹한 이 시대를 타개해나갈 나름의 계획과 실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3월 28일에 오셔서 그 내용들을 확인해주시기 바라고 또 좋은 생각과 의견도 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들이 하고자 하는 ‘남북고성 통합 운동’은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바람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주민들의 순수한 집단적 의사 표시입니다. 그리고 전면 통일이 아닌 부분통합이기는 하나 역사적으로 볼 때 통일을 향한 자발적인 민(民)의 첫 움직임이고 요구입니다.

우리의 바람은 이념, 정당, 권력과는 무관합니다. 지난 70여년을 기다려왔는데 남북통일은 점점 더 희박해지는 것 같으니 억울하고 원통하다. 이중분단된 우리 지역만이라도 먼저 갈라져있는 고향과 이산된 가족들을 한 지역에서 함께 살게 해달라는 애끓는 호소입니다.
어렵다구요? 그게 어디 가능하냐구요? 네, 저희들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고 그것만이 변화를 일으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 나무를 묵묵히 심어나가겠다는 것이 바로 저희들 마음이고 의지입니다.

저희들은 ‘남북고성 통합운동’을 아주 재미나고 즐겁게 해나가고자 합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통일 운동은 그 무게감이 너무나 컸기에 모두가 도중에 지쳐 나가 떨어졌습니다. 우리는 회원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만남과 회의 자체가 삶의 활력을 북돋아줄 수 있는 즐거운 회합이고 잔치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놓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들 운동은 머리에 띠 두르고 목청을 외치는 그런 운동이 아닙니다.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삶의 의미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에 대해 생각과 음식을 나누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의지가 모아지는 만큼 세상을 향해 ‘말로만 남북통일을 떠들지 말고 통일 의지가 눈곱만치라도 있으면 먼저 이중분단돼 있는 우리 남북 고성이라도 먼저 통합시켜주세요!’하고 외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강대국들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바로 코앞에 고향과 가족을 두고 평생을 만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게 어디 말이 됩니까?

지역 주민 당사자들의 자발적 목소리

저희들은 ‘남북고성 통합운동’이 관이나 정권이 아닌 지역 주민 당사자들의 자발적 목소리라는 점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통일 운동보다 실효적이고 세계 지성인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남북한 전면 통일은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실상 풀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연합인 UN이나 인권 산하기관에서 “그래. 이미 화석화된 이념이 아니더냐? 한반도 남북 전면통일이 요원하다면 이제라도 조그만 남북고성 지역만은 통합시켜줘서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의 숨구멍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UN의 존립 이유가 아니더냐?” 그리고 세계 지성인들이 나서서 “평생 이산으로 고통을 받은 이산가족들을 이제라도 통합고성 안에서라도 함께 살게 해줘라!”는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저희들은 즐겁게 노력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거대한 변화는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포기나 부정이 아니라 저희들은 즐거운 긍정을 동력화시켜 ‘남북고성 통합운동’을 진행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러니 고성 주민 여러분, 저희들은 바로 당신께서 함께 즐거운 이 운동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남북 고성만이라도 족쇄이자 올무인 분단의 경계가 치워진다면 우리 살아생전에 또다른 세상이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 것을 목격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민들께서 3월 28일, 토론장에 나오셔서 생각을 들려주십시오. 저희들은 경청할 것이며, 저희들이 지향하는 바를 얘기 드릴 것입니다. 분명한 건 우린 세월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에 이제라도 산 사람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세상을 향해 즐겁게 낭랑한 목소리로 우리의 평생의 바람을 말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 모임의 목적이자 목표입니다. 네, 저희들 바람이 뜻을 이룬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고 설령 그것이 좌초되는 것을 목격한다고 해도 저희들은 또한 충분히 기쁩니다. 우리는 우리들 바람을 세상에 널리 알렸고 세상에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들 고성 주민 모임의 가치가 눈부시리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고성 주민 여러분!, 새로이 한번만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어떨까요? 남북 고성 주민이 하나된 옛고성에서 자유로이 어울려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내고자 우리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낸다면. 네, 북이 어떻고 남이 어떻고 하는 백해무익한 쳇바퀴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 ‘남북고성 통합추진운동본부’가 지향하는 바는 바로 이 생각이고 이 말입니다.
‘자꾸만 안된다고 말하지 마. 우리는 단지 평생 동안 헤어져 살아온 이산가족과 친족들과 이제라도 함께 살기를 원해! 이념? 정당? 이익? 권력? 우린 그런 거 몰라! 관심 없어! 우린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당신들에게 말할 뿐이야. 우리 바람을 당신들이 받든 안받든 상관이 없어. 우린 살아있는 동안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말해갈 것 뿐이니까!’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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