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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악산의 추억

우리 사는 이야기 / 박대식 고성문학회 부회장

2023년 03월 29일(수) 08:3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오늘도 어김없이 바다에서 아침 해가 힘차게 떠오른다. 봄의 정령은 창가의 다육이 파란 잎새에 꽃방울을 내밀게 한다. 해변을 따라 맨발로 내딛는 모래에 찬 기운이 옅어진다. 봄 기온이 느껴지는 파도소리에 감각이 깨어나고 있다. 아침의 붉은 해가 설악의 하얀 설원을 연한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알프스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하는 요즈음 설악. 순백의 산하는 산수화를 그린다.

대자연과 함께 교감하며 걷는 매력은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기쁨을 주었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바른 자세가 생활의 윤활유 역할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걷기 2급 자격교육을 받고 자신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후배의 권유로 걷기 강습을 받았다

후배의 아름다운 권유로 걷기 강습을 받았다. 나름 나의 몸 상태를 바르게 유지하기 위해 걷는 동안 인연이 되어 웃으며 백사장에 흔적도 남겼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하얀 설원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마다 겨울 설악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었다.

잠을 청해보지만 학교시절 소풍갈 때와 같이 파노라마를 보듯 설악의 꿈이 들어와 밤을 지새우며 보낸다. 드디어 날이 밝기 시작한다. 아침식사를 대충 먹으며 정신은 온통 설악산을 그리고 있다. 아마 나이가 들어도 소년감성이 살아나 마음은 분수처럼 쏟아져 어디론가 나를 일깨워 주는 것 같다.

대충 등산배낭을 꾸리고 서둘러 차를 몰고 속초시외터미널에 도착했다. 일행과 시간이 다 되어 버스는 한계령을 향해 달린다. 상쾌한 공기에 멈추고 싶은 생각이 나무를 타고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비탈진 계단은 하얀 눈이 얼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숨을 몰아쉬고 언덕에 오르면 예쁜 동고비가 노래를 부르며 주변을 서성인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겨울의 설악을 파노라마처럼 응시하다 보면 이렇게 예쁜 산이 내 삶 주변에 있다는 자체가 행복으로 다가왔다.

등산길 응달의 푸른 잎새에 고고히 서있는 커다란 주목이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다. 펼쳐지는 설악의 아름다운 자태가 계속되고 있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능선 다섯 봉우리를 넘으면 끝청에 다다른다. 저 높은 곳을 향한 중청봉과 대청봉이 파란 하늘 아래 웅장하게 펼쳐진다. 따뜻한 기운이 드는 등산길을 재촉한다. 아래에 중청대피소가 보였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발아래 동해바다가 있는 속초가 영랑호와 청초호수가 선명하게 보였다.

백두대간을 따라가다 보면 북쪽으로 공룡능선, 울산바위, 황철봉, 신선봉, 향로봉과 금강산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끝청, 귀떼기청봉, 가리봉, 안산이 도도하고 반갑게 맞아준다. 남쪽으로 점봉산과 오대산 자락이 이어지고 있다.

모자 끈이 꼬여 안경알이 빠져

대피소에 배낭을 놓고 대청봉을 오른다. 바람이 몹시 거세다. 몸이 날아갈 만큼 세차다. 잠시 정상을 밟고 정신없이 내려왔다. 대피소에 내려와 보니 시야가 밝지 않았다. 내려올 때 모자에 있는 끈이 안경에 꼬여 안경알이 빠져버렸다. 난감하다. 동행하는 일행이 대청봉 오르는 중간지점에서 까만 안경알을 바위에 놓고 내려왔다고 한다.

춥고 세찬 바람에 찾으러 가려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찾으러 나섰다. 세찬 바람에 대청봉을 오르내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운이 좋게도 3번째 내려오다 바위 구석에서 까만 안경알을 찾을 수 있었다. 지친 몸에 활기가 돋게 만드는 것은 식당에서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는 이벤트 시간이다. 포근한 대피소의 잠자리는 이색적인 추억을 머금은 풍성한 마음을 실어 떠다니는 여행을 선사한다.

새벽 별이 총총하게 빛나는 우주의 진리가 빛에 반사되어 마음에 들어와 앉아있다. 붉은 여명에 대청봉을 오르면 속초의 야경이 별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피안의 세계가 펼쳐진다. 점점 붉은 빛이 바다를 물들이고 있다. 드문드문 떠있는 구름에 붉은 빛에 반사되어 행복한 감동이 가슴에 채색되었다. 중청봉을 휘감아 소청봉을 내려다보니 장쾌한 설악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용아장성, 봉정암, 공용능선, 마등령과 천불동 등 설악의 아름다움이 이곳에 몰려 있는듯하다. 소청봉을 뒤로하고 내려오니 사스레와 거제수 나무가 희고 붉은 나무껍질을 벗으며 고산 식물과 고사목이 고산지대를 나타낸다.

희운각을 뒤로하고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오니 천당폭포가 얼어 속살을 보여주질 않는다. 양폭산장 근처 산 위에 있는 절벽에 무수한 얼음 고드름이 맺혀있다. 겨울철에나 볼 수 있는 자연의 신비 그 자체였다. 백설에 숨겨진 계곡은 물소리만 들린다. 설악산은 사계절 다른 얼굴을 만들어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겨울이 아쉬운 듯 등산을 마치고 차창 넘어 스치는 풍경에 사바세계에 나오니 사람들이 길거리로 분주하게 어디론가 가고 있다. 걷기로 인해 겨울 설악과 인연을 맺고 무수한 별이 되어 비추는 새로운 변화를 이어갈 것이다.

겨울의 설악산을 바라보며 소중한 꿈을 키우며 내일을 꿈꾸고 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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