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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전성시대

금강칼럼 / 박선애 칼럼위원(시인)

2023년 08월 10일(목) 13:14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늦은 저녁시간, 에어컨을 끌 수 있을까 기대하며 창문을 열어보았다. 순간 덥고 습한 열기가 훅 들어오며 얼굴을 때렸다. 마치 불 위에 있는 솥뚜껑을 열어본 느낌이었다. 다시 창문을 닫고 암막커튼을 치면서 들은 TV뉴스 소리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뉴스 내용은 한 편의점에서 아이가 진열대를 수차례 발로 차서 주인이 말리자, 아이 부모가 물건을 던지며 모욕을 줬다는 것이다. 이에 편의점주는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리고 3시간 만에 아이 신상 제보를 받아,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재물손괴와 영업방해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폭력’

폭염에 모두 열을 받은 것일까? 미담보다 이러한 소식이 가득한 세상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렇게 어이없는 사연과 함께 요즘 뉴스에는 이상기후와 폭염으로 인한 피해와 교권문제에 대한 이슈로 가득하다. 이러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공통된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폭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마셜 버크 교수와 미국 프린스턴대 솔로몬 샹 교수 공동연구팀이 ‘사이언스’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구온도가 2도 오를 때마다 범죄는 15%, 전쟁·집단분쟁 발발 가능성은 50% 증가한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경제위기를 만들고 그에 따른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강해져 분쟁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말하는 인간 상호간의 폭력이 아니라 지구온난화가 사람에게 재난이라는 이름으로 가하는 넓은 범위에서의 폭력을 말하고 싶다.

폭력(violence)은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 등에 대한 물리적 파괴력을 말한다. 또한 모럴 해러스먼트(Moral harassment)라고 불리는 정신적, 도덕적 폭력도 포함된다.

가까운 가정폭력에서 시작해 학교폭력으로, 다양한 인관관계가 발생하는 사회와 노동계, 정치계 등 모든 곳에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전쟁을 벌여 서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고 더 나아가서 병든 지구가 산불이나 홍수, 폭염, 지진 등으로 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폭력 전성시대인 것이다.

최근 도를 넘은 학부모들이 준 스트레스로 꽃다운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서 교육계가 날씨처럼 끓고 있다. 비교적 수세였던 교사들이 폭염 속에서 집회를 여는 등 집단으로 움직이며 공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도 교권추락의 문제를 인정하며 응원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둔 유명 웹툰작가의 교사 고소사건이 맞물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신분으로 학교에서 일하며 현장을 고스란히 봐 온 나로서는 올 것이 왔다는, 예상보다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우리 세대가 경험했던 훈육이라는 일부 부정적 기억도 지금의 교권추락에 약간의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시대에는 기강(紀綱)이 지켜졌었다. 규율과 법도 속에서 존중과 배려,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를 잃지는 않았다. 교권과 교육의 밀접한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도 인간으로서 인격적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며 시대정신 맞는 제도개선은 문명발전의 필수이다. 다만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인권이 크게 존중받지 못했던 시대에 학생으로 살았으며 교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의 실제 현장을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언밸런스한 제도변화의 문제가 뼈아프게 느껴진다.

폭력의 시대가 아닌 상생의 시대를

무분별한 산업발전에 치우친 환경오염, 학생인권에만 치우친 교권추락, 내로남불 이기적·배타적 풍조에 치우친 가정교육은 결국 여러 유형의 폭력을 만들었다. 장마와 폭염이라는 자연의 폭력과 함께 우리 사회는 부모 또는 배우자, 청춘의 자식을 잃는 슬픔을 당해야 했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물리적 폭력으로 교사가 병원에 실려 가고 학부모의 정신적 폭력으로 교사가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일어났다. 그 뿐인가!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 데이트 폭력, 아동학대, 존속살인을 비롯한 각종 패륜적 폭력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피해자 보호를 넘어 피해자 발생을 막을 사회적·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 자연과 과학,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 관계의 합의와 공감대를 조성하는 제도 장치로 밸런스를 맞춘다면 폭력의 시대가 아닌 상생의 시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우리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폭력자가 되어 있는 건 아닐까? 자연을 오염시키는 것, 양심을 버린 이기적 사고, 절제 없는 감정표현으로 크고 작은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때이다.

다시 한 번 폭우와 폭염으로 사망한 분들과 서이초 교사의 명복을 빈다. 더불어 환경적·사회적 폭력이 빚어낸 그들의 가슴 아픈 희생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멍든 세상을 바꾸길 간절히 바란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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