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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학교교육 단상(斷想)

금강칼럼 / 홍광표 칼럼위원(교육학 박사)

2023년 12월 20일(수) 11:01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K 선생님에게.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잘 지내고 계시지요? 겨울은 우리 고장의 명물인 도루묵과 양미리가 풍어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겨울다움이 날씨로 말미암아 잊힘에 슬픈 마음입니다. 이 두 어종이 명태와 같은 명을 살지는 않을 거라 믿을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최북단 학교인 초등학교에서 학교장으로 근무하면서 고성의 아름다움을 함께 해주셔서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근무한 학교는 6학급 4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전형적인 강원도의 작은 학교입니다. 도시 지역의 학교와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합니다만 그 학교에 비해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교육의 신뢰가 높고 두텁습니다. 그러기에 학교교육이 좀 더 촘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교육의 신뢰가 높고 두터워

도시 지역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소 부족할 수 있었기에 선생님들과 협의로 뮤지컬·연극 관람, 도시문화체험, 스키캠프, 외부공연 적극 유치, 방과후학교 등 문화 예술 체험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우리 학교가 작은 학교의 성공적인 모델은 아니더라도 작은 학교의 가치가 샘솟고 풍요로운 마음뿐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3년 6개월의 학교장를 수행하며 그 역할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의 단초를 내릴 수 없었습니다. 서울 모 초등학교 선생님의 안타까운 선택이 없었더라도 ‘교권’에 대해 마음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교권에 학교장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적어도 제가 학교장으로 근무한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이 교권이 각 선생님들의 생각에 변곡점이 되어 교원이 가져야 할 권리, 그 자체이었기를 기원해 봅니다.

K선생님!
고성을 떠나며 고성교육이, 좀 더 나아가 우리 교육의 지향점에 대해 선생님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고성이 변화를 거듭하려면 학교교육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교육지원청과 군청, 문화원 등이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학교교육 변화를 지원해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향토사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토사는 우리 아이들이 고성의 주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장탐방 등으로 우리 지역 알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지역의 역사, 문화재는 물론이고 현재 고성의 모습에서 미래 고성의 모습을 디자인하고 산림엑스포 등 세계적 행사를 치르는 고성의 저력을, 그리고 먹거리 등을 즐기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고성의 미래를 엮어내리라 믿습니다. 한 끗의 관심과 차이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K 선생님!
예년보다 더 포근한 올해의 겨울입니다. 기후학자들은 지금의 지구를 끓임(Boiling) 시기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소비문화로부터 보호되고 생태감수성과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질 수 있는 소비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라는 표현보다 ‘쓰레기는 분류배출로’가 일상의 표현이 되어야만 합니다. 빙하가 사라지고, 높아지는 해수면으로 몰디브 투발로 나우루공화국이 환경 난민에 직면해 있고,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이런 뉴스를 매일 접하면서도 우리는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환경문제를 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학교교육이 필요합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참는 교육! 지금 학교교육이 해야 할입니다. 고성의 미래 먹거리 또한 이 환경이 아닐까 합니다.

환경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

꽤 오랫동안 방송되고 있는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 출연자들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절실히 필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공영방송에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교교육에서 왜곡된 성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그 생각을 우리 교육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밖에 없음을….

K선생님! 얼마 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KRIVET Issue Brief 제270호(학생의 직업가치 변화 : 의사와 법률전문가를 중심으로)’를 통해 학생들의 직업에 대한 가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8년과 2022년의 희망 직업 선택 이유를 비교한 결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에 대한 응답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반면 내가 좋아하고, 발전 가능성이 크며,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줄었습니다.

특히 학생 선호 직업 중 하나인 의사를 희망하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 1순위가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로 달라졌으며, 선호하는 또 다른 직업인 ‘법률전문가’를 희망하는 이유의 1순위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로 바뀌었습니다. 초·중 학생의 경우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입니다.

씁쓸한 모습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학교교육에서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가치를 경험하고 창의적 사고를 펼치는 기회, 사회적 기여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며 아울러 모든 직업의 사회적 가치 존중을 기반으로 개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K선생님!
요즘 OTT 채널에서 방송 중인 ‘정신병동에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정신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우울증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하고, 퇴원 후 복직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내용 중 한 부분을 이룹니다.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서 있는 경계인들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합니다. 환자 보호자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당당하게 맞서는 그 간호사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이 바람직하게 그리고 올곧게 성장해야만 하는 필요를 보았습니다.

우리 학교의 아이들이, 그리고 고성의 아이들이 세상을 당당히 보듬을 수 있는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그리고 그 중심에 우리 학교가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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