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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임수 명당자리, 규제 풀고 유원지 개발 기대

고성신문 연중기획 / 마을을 찾아서③ 배봉리
신라시대부터 이용한 술산봉수는 현존하는 최북단 봉수대
평화생태마을 조성 등 추진… 민통선 영농 출입 개선 요구

2024년 04월 26일(금) 04:58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고성군은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이지만 내륙으로도 여러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봉화마을’로 유명한 현내면 배봉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앞뒤로 바람을 막아주는 큰 산이 있고, 그 중간에 배봉천이 흐르는데 풍수학적으로 배산임수(裴山臨水)형의 명당자리에 마을이 형성됐다.

배봉리는 신라시대에 봉화를 올려 통신을 전하던 봉화봉(烽火峰) 또는 돛대봉이라 부르는 뾰족한 봉우리 아래에 마을이 위치하였다고 하여 배봉리(培峰里)라고 불렀다. 현재 24가구 46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며 인근 명파리와 함께 민통선 북방 출입영농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마을 북쪽으로 배봉천권역 평화생태마을 공원이 조성됐다. 접경특화개발 등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25억원(도비 12억5천만원, 군비 12억5천만원)이 투자돼 가로수길, 인공폭포 등을 조성했다. 또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사업비 5억원을 투입해 신라~조선시대까지 봉화를 피워 통신을 전하던 봉수대를 복원하고 주변을 정비했다.

현장을 직접 찾아보니 평화생태공원은 분수시설이 조성됐지만 오랫동안 운영하지 않은 상태로 보였다. 공원 건너편으로 예전 동해북부선 철도가 달리던 곳에 작은 정자와 레일을 조성해 놨다. 정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바람과 함께 짙은 솔향과 봄의 냄새가 실려 왔다. 조금 귀를 기울이니 이 교각을 통해 남북을 힘차게 달렸던 증기기관차가 저 멀리에서 힘차게 ‘뿌우웅’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듯했다.

이곳을 지나던 동해북부선열차는 일제강점기 양양에서 원산까지 개통되었으나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운행이 중단됐으며, 1967년에는 구간이 폐지되면서 남쪽 지역인 양양~고성 구간의 철도부지와 터널, 교각, 역사 등의 시설은 철거 또는 방치됐다. 현재 고성지역에는 송지호 교각, 문암역 터, 문암역 철도관사, 간성역 터, 배봉리 교각, 배봉리 터널 등 예전 흔적이 남아 있다.

↑↑ 배봉리 평화생태마을 공원 맞은편에는 아직도 예전 교각이 남아 있다. 기차그림과 지도가 보인다.

ⓒ 강원고성신문

시대가 흘러 이제 강릉~고성 제진간 동해북부선 철도 공사가 착공되어 주민들은 한국전쟁 이후 끊어진 철도가 다시 연결된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발길을 돌려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봉화가 설치돼 중요한 군사통신 역할을 담당했던 봉화터를 찾았다. 평화생태공원에서 위쪽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쑥고개를 넘는다. 7번 국도와 연결된 마을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는 큰 돌에 배봉리라 적혀 있고 도롯가 간판에는 봉화마을 배봉리가 크게 적혀 있다. 이어진 7번 국도 정상부근에 군사목적의 콘크리트 블록이 도로 양옆으로 설치돼 있는데 이곳에서 명파리 쪽으로 10여m 내려가면 우측으로 가파른 길이 나온다. 조금 올라가면 통신시설이 보이는데 그곳이 봉수대 오르는 길이다. 400m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길은 완만하고 위급사항 시 한 대의 차량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나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봉수대(술산봉수)을 알리는 간판이 눈에 띈다. 이날 정상에서 산불감시요원을 만날 수 있었다. 명파리에 살고 있는 이종복(68세)씨는 2020년부터 3년간 이장을 역임했다. 그를 통해 봉화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 봉수대(술산봉수)는 현존하는 최북단 봉화대로 소재지는 현내면 마차진리 405번지다.

ⓒ 강원고성신문

술산봉수는 현존하는 최북단 봉수대로 의의가 있으며, 북고성 장천봉수와 남쪽 거진읍 반암리 정양산 봉수에 응했던 시설이라고 한다. 소재지는 현내면 마차진리 405번지다. 이곳에서 북쪽 명파리 해변까지 2.4km, 남쪽 마차진리해변까지 1.7km이며, 규격은 기단 9m, 높이 4.25m로 지난 2017년도에 배봉천귄 DMZ평화마을 조성사업으로 복원했다.

봉수는 봉(熢:횃불)과 수(燧:연기)로써 이 지역의 위급한 소식을 중앙에 전하던 군사적인 전보기능을 목적으로 설치 활용된 통신수단이다. <여지도서> 간성군 봉수편에 따르면 신라시대부터 축조했다. 구조는 봉화대 정상을 중심으로 외부에 1차 석축 기단을 두르고 방화벽의 용도로 사용된 토루가 둘려져 모두 3단의 전형적인 연변봉수대 구조를 띠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와 그 후의 여러 <지리지>에는 이 봉수대의 명칭을 ‘술산봉수’라 밝히고 있다. 주변에서 토기편과 기와 조각들이 일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주거시설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는 마차진리 서북쪽 72.7m 높이의 산 정상에 있고, 둘레 36m라고 언급됐다. <문화유적총람(상)>에는 ‘쑥고개 봉화대’라고 불리며 석축의 길이 6m, 높이 60cm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기록돼 있다.

다시 배봉리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회관에서 김조국(57세) 이장을 비롯해 변상일(64세)·선병복(65세) 주민을 만나 마을의 소개와 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평화생태마을 조성사업이 추진됐다.

ⓒ 강원고성신문

배봉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마을을 지키고 있는 김조국 이장은 배봉리는 실질적으로 군사통제구역으로 묶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1백평의 축사를 마을 외각에 지으려고 했으나 크기가 군 규제에 위배돼 50평씩 나눠 지은 일화를 꺼냈다. 또 배봉천을 활용해 체험을 해보려 해도 상수도 보호지역이라 못했다고 했다. 여기에 산림자원을 활용해 임업 활동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배봉리 마을은 민통선 외 지역이지만 바로 앞 배봉천을 건너면 군사통제구역”이라며 “밭에 일하고 있을 때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바로 군인들이 쫓아와 허가증을 요구해 난처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명파리·마달리·화곡리 주민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현수막을 걸고 ‘민통선 지역 출입 개선’을 요구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 변상일씨는 “사실 다른 지역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배봉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며 “예전에는 농부들의 활동 영역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한치의 에누리도 없이 경계를 넘으면 바로 달려와 제재하기 때문에 어떨 때는 야속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 배봉리 주민들은 지금부터라도 과도한 군부대 규제를 완화하고 청정 지역의 이미지를 활용해 배봉천 일대를 유원지로 개발하면 관광객들이 찾아와 주민 소득 창출과 함께 인구 증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주민 선병복씨는 “최근 마을에 저수지를 만들면 이곳이 상수도보호구역에서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며 “저수지가 들어온 뒤 유원지로 개발하면 피서객들이 우리마을 계곡을 찾아 마을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배봉리는 2010년 새농촌건설운동본부 선정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평화생태마을 조성사업이 추진됐다. 이를 통해 산림자원을 활용한 소득사업과 친환경 농업을 추진했고, 접경지 문화·관광지 조성을 통해 활성화를 꿈꿨지만 현재는 발걸음을 멈춘 상황이다.

주민들은 지금부터라도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청정 지역의 이미지를 활용해 배봉천 일대를 유원지로 개발하면 관광객들이 찾아와 주민 소득 창출과 함께 인구 증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낙규 기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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