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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그 푸르름과 어둠

금강칼럼 / 박봉준 칼럼위원(시인)

2024년 05월 08일(수) 10:08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5월!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뛴다.

봄이 시작하는가 싶더니 벌써 산과 들에 푸르름이 가득하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우리의 삶이 지치고 고달파도 계절은 자연의 순리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 자연의 순리대로 변함없이 돌아가는 것이 인간에게는 참 다행한 일이다. 정신없이 살다가도 어느 날 돌아보면 계절은 제철대로 의연하게 제 모습을 보여주는 까닭에 우리 인간은 감복하고 어머니 품속 같은 자연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와 의지대로 자연이 변한다면 지금쯤 지구는 풍비박산이 나고 인간도 멸종했으리라.

계절은 자연의 순리대로 움직이고

5월은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굵직굵직한 기념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자식 사랑과 부모에 대한 효를 기리고 북돋아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뜻깊은 날이 아닐 수 없다. 또한 5월 21일은 부부의 날로 5월이 가정의 날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전혀 손색이 없다. 모든 기념일이 다 뜻깊고 대대로 기념해야 할 가치가 있는 날이지만, 왠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가슴이 더 뜨거워지고 속이 짠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서 떼어야 뗄 수 없는 혈연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이 창시하였다. 1919년에 3.1 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고자 진주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 소년회가 창설되기 시작하였다. 일본의 도요대학교 아동 미술과에 입학한 방정환은 아이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눈을 뜨고 1921년 김기전, 이정호 등과 함께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하여 본격적으로 소년 운동을 펼쳤다. 그러고는 아이를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의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어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1922년 4월 각 소년 운동 단체, 신문사 등이 모여 논의한 결과 어린이날은 ‘새싹이 돋아난다’는 의미로 새싹이 돋아나는 5월 1일을 어린이날(소년일)로 정하고 그 해에 천도교소년회에서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하였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지금도 어린이날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뛰고 당장이라도 어린이가 되는 기분이 든다. 지금이야 어린이날이면 집 집마다 아이를 위해 놀이동산이며 외식 그리고 선물을 마련하느라 부모들이 신경을 쓰지만, 예전에는 기껏해야 짜장면이면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 짜장면을 먹고 싶어 어린이날을 학수고대한 아이들도 많았다. 짜장면은 꿈도 꾸지 못했던 필자의 세대 보통 아이들은 어린이날 해 질 녘까지 마음껏 뛰노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출생하는 아이가 갈수록 귀해지는, 그래서 어쩌면 하루하루가 어린이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어린이들은 어린이날의 그 가치와 뜻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일찍이 어린이의 중요성을 깨닫고 창시하였던 “어린이날”이 한 세기 만에 그 소임을 다하고 수명을 다하는 느낌이 든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그의 유명한 시 ‘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유명한 시구(詩句)를 남겼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광명

어린이날 못지않게 어버이날 또한 5월의 중요한 기념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에 대한 효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날에 “어머니 은혜”나 “어머니 마음” 노래를 부르며 눈물 흘리던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특히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여자아이들은 더욱 흐느껴 울었다. 그때는 어린이날이 공휴일이 아니라서 등교하여 기념식을 했다. 어머니가 계시는 아이들은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아이들은 흰 카네이션을 달았다. 그래서 그런지 흰 카네이션을 단 동무들이 그날만큼은 측은하고 가여워 보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한국전쟁 이후에 어머니들을 위한 날로 1956년부터 어머니날을 기리다가 아버지들의 불만과 형평성의 문제로 1973년 어버이날로 개칭되었다. 1907년 미국의 ‘애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그녀의 어머니가 카네이션을 좋아하여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어머니께 카네이션을 선물한 것이 미국과 캐나다의 어머니날에 부모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전통이 되고 한국으로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카네이션의 꽃말은 모정, 사랑, 감사, 존경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며 신록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그 초록의 뒤에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있다. 필자가 푸르름에 반하여 어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 어둠이야말로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광명이며 진정한 자유며 이 또한 푸르름이다. 빛은 어둠이 있기 때문에 더욱 밝다. 세상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의 배경에는 어둠의 아픔이 있다.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 이 황홀한 5월에 특히 그 기념일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추모해야 할 일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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