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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길목

금강칼럼 / 박봉준 칼럼위원(시인)

2025년 09월 11일(목) 08:0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다시 가을이 오는 길목이다.
채 식지 않은 열기를 피해 잠시 지난여름을 되돌아본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하여 한미 관세 협상과 극한 폭우와 극한 폭염, 어느 하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때로는 생사가 달린 순간의 연속이었다. 윤동주 시인은 그의 시 “별 헤는 밤”에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라고 하였다. 기상이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쟁점이 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타결은 되었다고 하지만 럭비공처럼 언제 어떻게 다시 튈지 모르는 참으로 이상하고 전례가 없는 국가와 국가 간의 협상이 마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극한 기상과 다를 바가 없다. 필자는 윤동주 시인의 말처럼 돌아오는 이 가을에 걱정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헤아리고 쳐다볼 여유가 있을지 의심이 든다.

‘폭염과 함께 살아가는 법 배워야’

우리는 이미 “이상 기후”가 보통이 된 시대에 돌입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7월 1일 이른 폭염이 일시적 기상이변이 아닌 새로운 기후 현실이라며 인류는 앞으로 폭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5년 세계 195개 참가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만장일치로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체제인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은 195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최초의 세계적 기후 합의다. 파리협정은 선진국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가운데 모든 국가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 1, 2위인 중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의 실질적 참여를 끌어냈다는 큰 의미가 있는 기후 협정이다.

2021년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트럼프가 2019년 탈퇴하였던 파리협정은 무효화 되었다. 그러나 2025년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어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 다시 파리협정 탈퇴 명령에 서명하여 미국은 이란. 리비아. 예멘과 함께 이 협정에 가입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 이에 대하여 미국 내 반응도 분열하여 민주당 및 진보 진영은 “기후 위기 외면은 세대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EU를 비롯하여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전 세계의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험에 처했으며 트럼프 집권기인 향후 4년간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외면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다배출 국가들의 부담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다른 국가들의 감축목표(NDC) 제출과 협상에도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전쟁과 이상 기후와 굶주림으로…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발간한 그의 자서전 “불구가 된 미국”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지만, 그중에서 기후에 관한 그의 신념에 가까운 의중이 잘 나타나 있는데 그는 극심한 기후변화에 새로운 것이 없으며 인위적인 요인으로 기후가 바뀌었다는 걸 믿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가 생겼다는 것 자체를 믿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기후변화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거나 “날씨가 춥다”라는 근거로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 저렴한 친환경 에너지가 나올 때까지 자국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이런 트럼프의 발언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 세계 기후 과학자의 97% 이상이 기후변화의 원인이 화석연료 사용이고 그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또한 그의 자서전에는 “미국은 국제 호구다”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미국을 어떻게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신념으로 그는 기후 관련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간의 관세 협정에서도 기존의 협상이나 절차를 무시하고 심하게 말하면 엿장수 맘대로 오로지 자기 감정이나 힘에 의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파트너와 협상하는지 교역 인질과 협상하는지 의문이라고 NYT는 꼬집고 있다. 우익 성향 카토 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이건 의심할 여지 없이 일종의 ‘글로벌 강탈’(shake down)”이라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권위주의나 전체주의적 체제를 앞세운 지도자를 일컫는 소위 스트롱맨의 시대라고 한다.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미국의 트럼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신념과 고집으로 세계는 지금 전쟁과 이상 기후와 굶주림 등으로 휘청거리며 수많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그런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임 대통령과 영부인이 동시에 구속되는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는 이제라도 집단 최면술에 걸린 듯한 이념의 대립과 내로남불 같은 이기주의와 무조건적인 제 식구 편들기에서 깨어나 정의에 순응하고 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눈과 귀를 씻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윤동주 시인의 말처럼 걱정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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