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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이 삶을 성숙하게 하는 심리적 기전

금강칼럼 / 나정민 칼럼위원(과학철학박사)

2025년 09월 25일(목) 14:31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난을 안 겪은 사람은 없을 거다. 고난(Trauma)의 사전적 정의는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역경, 실패, 질병, 사고, 상실 등의 고난을 겪는다.

그런데 고난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고난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극심한 스트레스나 외상적 사건을 겪은 후 발생하는 정신적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고난이 전혀 없으면 도전적 상황이나 정신적 성숙이 이루어지는 개기를 만나기 힘들다.

그러니 고난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적당한’ 고난을 겪는 것이 인생의 질을 위해서는 더 좋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적당한 고난’의 정의가 애매하다는 것과 어떤 성숙한 태도로 고난을 받아들이냐의 문제이다.

고난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뉴욕주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마트 시어리(Mark Seery)의 2010년 논문 “Whatever Does Not Kill Us”를 참고해 보자. 이 연구 이전의 심리학계에서는 외상성 사건이 우울증과 불안감 및 질병의 위험을 항상 증가시킨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시어리 교수는 이 정설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미국인 2,000명 이상을 4년 동안 추적 조사 연구하였다. 참가자들에게 37가지의 부정적인 생활 사건, 예를 들어 심각한 질병이나 부상, 연인의 죽음,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 이혼, 위험한 생활환경, 신체적 폭력, 자연재해 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이런 사건을 여덟 번 정도 겪었으며, 참가자의 8퍼센트는 아무것도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하였고, 가장 많이 겪었다고 보고된 횟수는 일흔한 번이었다.

시어리 교수는 4년 동안의 연구에서 가운데 있는 사람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갖는다는 U자형 곡선을 발견했다. 중간 수준의 역경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가장 낮았고, 건강상의 문제도 가장 적었으며 삶의 만족감도 가장 높았다.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가장 낮은 수준과 가장 높은 수준의 역경을 경험한 사람들, 더 우울했고, 건강상의 문제도 더 많았으며 삶의 만족도도 떨어졌다. 이 결과로 보았을 때 무조건 역경이 없는 삶이 이상적인 건 아님이 밝혀졌다.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얻어지나

더 나아가 새로운 심각한 고난을 새로 경험했을 때 사람들의 해결 기제를 연구했는데, 과거에 역경을 경험한 사람들은 역경을 별로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새로운 질병에 걸리거나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적었다. 이 연구의 모든 결과는 남녀노소, 민족, 인종, 교육 수준, 소득, 결혼 유무 등과 상관없이 동일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이 연구를 통해 한 인간의 삶에서 가장 힘든 경험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우리는 시련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즉, 고난을 겪고도 다시 긍정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어떻게 얻어질 수 있을까?

시어리 교수에 따르면 부정적인 사건은 발생 당시에는 명백하게 나쁜 일이어서 누구도 그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 부정적인 면만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그 이외의 다른 면을 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시어리 교수는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참을 수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 지를 실험했다. 결과는 고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고통을 견딜 수 없어 하며 심리학에서 ‘파국화(Catastrophizing)’라고 부르는 생각들을 더 많이 한다고 한다.

이 연구는 고통을 견디고 파국적 생각을 덜 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고통을 긍정적으로 잘 견뎌내는 능력이 필요함을 보여 준다. 즉, 어려운 경험을 잘 겪고 나면 여러분은 파국을 상상할 가능성이 적어지고 그 덕분에 더 강한 정신력이 생기게 된다.

사실 필자도 최근에 ‘고난’을 겪었다. 그런데 시어리 교수의 연구 덕에 ‘내가 이 고난을 잘 견디면 나의 정신력은 좀 더 강해지고, 그렇게 되면 나의 삶은 좀 더 행복해진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자신의 고난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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