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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매개로 삶과 꿈을 나누고 싶어요”

거진 ‘숨은 책방’ 전상희 대표

서울서 학원강사·학원 운영하다 고성살이
직접 읽은 ‘생활의 흔적이 있는 책’만 취급

2025년 11월 03일(월) 09:35 [강원고성신문]

 

↑↑ 전상희 대표는 숨은 책방이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호흡의 공간’이라고 했다.

ⓒ 강원고성신문

거진읍 소재 고성군수협 맞은편, 짭쪼름한 바다 내음이 스며드는 오래된 상가주택 2층에 ‘숨은 책방’이 자리했다. 숨은 책방의 숨(Breathe)을 쉬다는 의미의 ‘숨’의 의미를 가졌다. 누군가는 의외의 공간이라겠지만 주인장에게 이곳은 오래 참아온 숨을 고요히 내쉬는 장소였다.

“처음부터 책방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고성에서 뭔가를 하려고 했는데 계획이 지연됐고, 마침 근처에 작은 농장을 운영하게 됐죠. 일이 정리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공부를 좋아하니 그걸 나누는 공간을 만들어볼까? 그렇게 숨은 책방이 생겼습니다.”

책방 주인 전상희(57세, 사진) 씨는 “별도의 건물을 짓는 대신 방 안에 쌓여 있던 책을 정리하고 거실 한 켠을 비워 일주일 만에 직접 책장을 조립해 완성했다”며 “사적인 공간이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 즐겁다”고 했다.

상희 씨는 서울 대치동에서 수학·과학 강사로 시작해 20여 년간 학원을 운영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가르치는 일’에 바쳐온 그는 “대치동은 경쟁이 일상인 곳이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며 저도 늘 배우는 자세였다”며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질문은 결국 바다로 그리고 책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고 했다.

숨은 책방은 일반적인 서점과 다르다. 상희 씨가 직접 읽고 밑줄을 긋고 때로는 여백에 생각을 적어둔 책들로 채워져 있다. 그녀는 “사람들이 찾는 베스트셀러를 굳이 들여놓지 않아요. 제가 읽고 공감한 책들, 그 세계를 나누고 싶은 책만 둡니다. 그래서 여기 있는 책들은 다 ‘생활 흔적이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책방을 연 지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첫 손님의 기억은 생생하다. “일요일 아침이었어요. 바다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여기 책방이냐?’며 한 관광객이 문을 두드리더군요. 여행 중 검색해서 찾아왔다며 들어오셨죠. 책을 고르며 ‘이 책 나도 있어요, 저 책도요’ 하며 웃는데 이상하게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따뜻했어요.” 그 손님은 시집 한 권을 사고 돌아갔지만 그녀에게는 오래 기억될 첫 인연이었다.

논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서울로 이주한 상희 씨는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왔다. 그러던 2021년경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병간호를 위해 서울의 생활을 정리하고 속초로 내려왔다. 이후 어머니를 여의고, 지난해 봄 농장이 있는 고성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인 고성살이가 시작됐다.

시골로 내려온 뒤 상희 씨는 글을 쓰고 싶어 속초문화원의 문예창작 수업을 들었다. “가르치던 입장에서 배우는 입장이 되니 전혀 다른 세상이더군요. 글을 쓰며 제 안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는 글을 처음 써본 경험을 그렇게 회상했다. 현재 상희 씨는 시와 여행의 경험을 담은 책을 집필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녀에게 숨은 책방은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호흡의 공간’이다. 찾아오는 사람들과 책을 매개로 삶과 꿈을 나누는 일은 그녀의 일상이 됐다. “책을 핑계 삼아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요. 서로의 생각이 닿을 때 그게 숨 쉬는 순간 같아요.”

상희 씨는 지금 ‘숨은 책방’이라는 이름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살아가고 있다. 책을 팔아 돈을 벌지 못하지만, 그녀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책방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에요. 배우고, 나누고, 때로는 고요히 숨 쉬기 위한 곳이죠. 제 인생의 다음 장이자 또 하나의 숨입니다.” 성낙규 기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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