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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여름

금강칼럼 / 박봉준 칼럼위원(시인)

2025년 11월 12일(수) 09:52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영국 BBC 방송은 9월 17일(현지 시각) 올해 북태평양 지역이 기상 관측 기록상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기후 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기존 최고치인 2022년 같은 기간 때보다 섭씨 0.25℃ 높다고 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반복되고 있지만 올해 8월 북태평양 해수 온도는 이를 감안해도 높다. 태풍도 아직 한반도를 경유하지 않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한반도를 경유하지 않는 해가 될 수도 있겠다.

태풍이 한반도를 경유하지 않아

북서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6월 초부터 10월 또는 11월까지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이 기간 평균 25개 이상의 태풍이 발생하고 그중에서 몇 개는 한반도까지 북상한다. 8월과 9월은 태풍의 절정기며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도 태풍이 발생하여 영향을 준 사례도 있어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할 수 있다. 남은 기간에 우리나라가 태풍을 피한다면 1951년 이후 역대 3번째이자 2009년 이후 16만에 태풍 ‘안전지대’로 기록되는 셈인데 태풍이 우리나라를 경유하지 않으면 피해가 없어 좋은데 필자는 왜 이런 현상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2025년 여름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조용한 계절’을 보냈다. 매년 7월부터 9월까지 긴장감 속에 태풍의 경로를 주시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반도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사실은 태풍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2025년 북서 태평양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태풍의 활동은 활발하였다. 문제의 핵심은 발생이 아니라 경로에 있다. 2025년 현상은 태풍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로 접근하지 못한 문제다. 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력하고 견고하게 태풍의 북상 경로를 원칙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2025년의 ‘조용한 여름’은 북태평양 고기압이라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는 앞으로 예상되는 더 큰 그림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는 태풍의 발생, 강도, 경로 등 모든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알고 있던 태풍의 공식을 새롭게 쓰고 있다는 견해다. 과거에는 지구 온난화가 태풍을 더 자주 발행시킬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과학적 연구들은 다른 결론을 제시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의 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지구가 더워지면 약한 태풍의 발생이 줄어들어 전체 태풍의 발생 빈도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으나 일단 발생한 태풍이 초속 50미터 이상의 강풍을 동반하는 강한 태풍으로 발달한 확률은 50%나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 변화가 태풍의 양이 아닌 질을 바꾸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9월에 발생하여 베트남 하노이에 상륙한 슈퍼 태풍 ‘라가사’는 이러한 이론을 현실에서 증명한 사례다.

기후 변화가 태풍의 질을 바꿔

바다가 뜨거울수록 태풍은 더 많은 연료를 공급받아 강력해지는데 특히 한반도는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장기 관측 데이터는 최근 57년간(1968~2024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1.58℃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률(0.74℃)의 2배가 넘는 수치라고 했다. 특히 동해의 경우 상승 폭이 2.04℃에 달한다. 이는 한반도 주변 바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핫스폿’ 중 하나임을 의미하며, 미래에 한반도를 향하는 태풍이 잠재적으로 더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기후 변화는 태풍의 강도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 패턴 자체도 바꾸고 있다. 과거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대부분 남해안으로 상륙하거나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상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전형적인 경로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패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태풍의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과거의 통계와 경험에 기반한 예측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기후 변화는 태풍이라는 자연재해에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며, 우리 사회의 재난 대응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0월 1일 위대한 환경운동가이자 평생 침팬지에 대한 연구로 ‘침팬지의 어머니’라고 불리던 영국 출신 ‘제인 구달’ 박사가 타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명사들의 마지막 한마디’에서 그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론 머스크의 우주선에 태워 전부 우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우주에 내다 버릴 탑승객으로 미국의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며 머스크가 우주선의 대장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정치적 억압과 기후 위기에 대한 위대한 노학자의 마지막 경고가 아닐까? 우주에 내다 버릴 그들이 왜, 어떻게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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