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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

우리 사는 이야기 / 남영선(고성군 거진읍, 고성문학회 회원)

2026년 02월 04일(수) 09:5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내 나이 다섯 살 때. 오늘도 어머니는 계란을 삶고, 도시락을 챙겨서 설악산 신흥사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기도에 열중이시다. 9대 독자 외아들인 아버지는 철물점과 그릇 가게를 보시고, 술도 자시면서 어머니만 보면 시집와서 당신이 한 것이 무엇이냐며 또 아들 타령을 하신다. 어떤 날은 도시락과 과일을 챙겨서 또 나를 앞장세워 양양 낙산사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 왔다. 다섯 딸을 두 살 터울로 낳으셨는데도 어머니에게 타박을 하신다.

며칠이 지나서 어머니는 꿈을 꾸셨단다. 꿈에 북두칠성이 나타났다고! 태몽 꿈이라고 좋아하셨다. 그 후 열 달이 지나서 진짜 남자 동생이 태어났다. 그래서 남동생 이름을 아버지는 ‘칠성’이라고 지었다. 아버지는 너무 좋아 매일 술에 취해 있었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서 술을 자주 드셨고, 그때부터 함경도에서 피난을 온 실향민들에게 돈도 꿔주고 어떤 때는 보증을 서주었다.

몇 달 후 우리 집은 가게가 기울기 시작했고 속초 중앙시장에서 하시던 철물점과 그릇 점은 망하기 시작했다. 가게와 2층 살림집을 그냥 놔두고 트럭에다 가재도구를 챙겨서 이곳 거진으로 몰래 도망왔다. 나중에 채권자들이 찾아와서 가게와 살림집은 빼앗기고 말았다.
그때 거진은 명태와 오징어 등 각종 생선이 많이 났고, 풍요로운 어항이었다. 함북 회령이 고향인 어머님은 함경도 또순이처럼 고기 장사(여자 중매인 1호)를 하셨다. 그리고 아들과 딸 둘을 더 낳아 식구는 모두 아홉이 되었다. 어머니는 열심히 장사를 하셨고 7남매를 모두 고등학교를 보낼 수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무산읍장을 하셨고, 아버지는 일본 와세다 대학교 국문과를 다니셨다.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와서 무산철광에 근무하셨는데, 그때부터 김일성 공산주의는 시작되어 아버지는 머리에 먹물이 들었다는 이유로 빨갱이들로부터 감시의 대상이었다. 아버지는 다시 청진교대를 졸업했고, 좋은 총장님을 만나서 이북의 고성고급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할 수 있었다.

그 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아버지는 ‘1.4후퇴’ 때 어머니와 두 딸을 두고 급하게 남한으로 내려왔다가 나중에 다시 만났다. 그 후 울진까지 피난을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가겠다던 생각으로 속초에 정착해 아버지는 속초고와 동광농고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했었다. 또 어머니가 운영하는 철물점과 그릇 점도 도왔다.

ⓒ 강원고성신문

앞서 말한 것처럼 속초생활에서 살림이 기울어 거진으로 이주한 뒤 아버지는 59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 후 10여 년 후에 둘째 언니가 먼저 하와이로 이민을 가고 뒤이어 어머니와 동생들도 하와이로 갔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터를 잡고 잘 살고 있다.

가족들은 하와이로 이민 가서 모든 식구가 교회에 다니고 있다. 칠성이라는 큰 남동생은 ‘칠성기도’로 탄생했지만 교회장로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처님의 은혜를 받아 태어났지만, 지금은 교회일을 열심히 하는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무궁무진하나 보다.

나는 그때 남장을 하고 어머니와 사찰을 다니던 생각이 어렴풋이 난다. 유치원 졸업이 가까워서 남자들은 남자 한복을 입히고 여자들은 여자 한복을 입히려고 바지를 벗기니까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는 것을 안 유치원 선생님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때 나는 상고머리를 했었는데, 그때 사진이 남아서 나의 다섯 살 때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사진은 잘 간직하고 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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